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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현님의 서재
  • 에이징 솔로
  • 김희경
  • 15,120원 (10%840)
  • 2023-03-22
  • : 2,930

'비혼', 최근 들어 더 자주, 많이 거론되는 단어다. 많은 청년들이 비혼을 선언한다. 하지만 매체에서 보이는 가족의 모습은 부부와 아이로 이루어진 정상가족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나 역시도 비혼을 지향하고, 내 주위 사람들도 대부분 비혼을 선언하지만 10년 뒤의 삶, 혹은 20년, 30년 뒤의 삶을 상상하면 막막함을 느끼게 된다. 혼자 사는 삶의 즐거움은 예상 가능하지만 가구를 꾸려나간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우리의 윗세대 중 비혼을 선택한 이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혹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특히나 사회적인 편견의 대상이 (주로) 되는 여성의 경우에는 어떨까? 비혼을 선택한 20대 여성인 나는 불안전한 미래 전망을 보며 어떤 것을 준비해야 될까. 당장 눈앞에 닥친 '취업'이라는 산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나이를 더 먹은 내가 걱정되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내 물음에 대한 답변 같은 책이 바로 『에이징 솔로』다.

저자는 '에이징 솔로'를 '결혼의 경험이 있건 없건 스스로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상태로 살기를 선택해 현재 그렇게 살고 있는 중년'이라 정의한다. 이 책에서는 에이징 솔로 중에서도 여성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에이징 솔로 여성 19명과의 인터뷰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혼자 사는 삶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지점은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의 조사 결과였다. “자기 주도적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진술에 전체 1인 가구의 51.4%가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40대 여성은 58.6%, 50대 여성은 65.5%가 그렇다고 대답해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일상생활에서 소신을 표현하는 편이다”라는 말에도 그렇다고 응답한 1인 가구는 전체의 50.8%였는데, 40대 여성은 58.6%, 50대 여성은 61%로 평균보다 훨씬 많았다. 이 조사 결과를 보니 나의 40대, 50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삶의 만족도가 저 정도로 높다니. 어떤 삶을 살고 있기에 그런 걸까.

에이징 솔로 여성들이 비혼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 "다들 결혼하는 게 기본이고 결혼하지 않는 게 선택인 양 말하는데, 거꾸로 아닌가요? 뭔가를 하겠다고 하는 게 선택이죠. 저는 비혼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결혼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고 그냥 그 상태로 쭉 사는 거예요."라는 인터뷰이의 답변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출생 사회에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거론한다.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것'을 '가장 깊고 가치 있는 경험'이라 여기며 이 경험을 해보지 못하는 여성은 진정한 기쁨을 알지 못한다 말하는 사회의 분위기 역시 언급한다. 하지만 인터뷰이와 저자는 '가장 가치 있는 하나의 경험'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은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느끼는 바가 다르다고 반박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상의 원인은 여성의 이기심과 페미니즘이 아니라 '뿌리 깊은 성차별과 가부장 문화'라는 점을 짚고 넘어간다.

인터뷰이들은 혼자 나이 드는 삶을 살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생계, 주거, 돌봄, 죽음 준비 등 다양한 고민이 존재한다. 내가 나 스스로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 어디서 살아야 할까? 아파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나를 대신하여 일 처리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지금의 나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질문들이었다. '그냥 살다 보면 살아지겠지'라는 우유부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비혼 여부를 떠나 모든 20대가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통해 나의 미래에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지만 지금 현재로썬 취업이 가장 중요하다...) 저자는 느슨한 공동체, 혹은 동거를 통해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선례를 소개한다. 전주의 비혼 여성 공동체 비비는 같은 아파트 이웃으로 구성된 공동체로, 공간비비를 중심으로 함께 공부하고, 서로 돌본다. 각자 자기 집이 있지만 공동체의 일원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느슨한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여주의 노루목 향기의 경우에는 여성 노인 세 명이 한 집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공동체다. 이들은 이웃과 함께 문화 활동을 하고, 인근 공동육아 공동체의 아이들에게 뛰어놀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며 돌봄을 제공하기도 한다. 작은 동거 집단이 마을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렇듯 저자는 가족이 아닌 이들과의 느슨하면서도 끈끈한 연결이 가능함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삶의 모델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편, 이런 공동체가 증가하고 유지될 수 있도록, 에이징 솔로가 법적으로도 존중받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1인 가구라는 이유로 주택청약에 있어 차별을 받고, 일터에서도 휴일 출근이나 야근을 강요 당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혈연으로 이루어진 이들만을 가족으로 보는 제도들 역시 1인 가구, 혹은 비혼 동거 가구의 경우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꼬집는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새로운 복지국가의 모델로의 전환에서 비롯될 수 있다 말한다. 현재 한국의 경우는 '국가-가족-개인 모델'로, '가족-개인 사이에 부양과 돌봄이라는 가족 기능을 전제하고, 그 기능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에만 국가가 보충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복지 정책을 시행한다. 반면, 저자가 소개하는 '국가-개인 모델'은 '개인의 사회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개입이 가족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개인에게 직접 작용하는 방식'이다. 국가의 가구 구성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국가적 차원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꾀했으면 좋겠다. 최근 한국 상황을 보면 암담하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의견을 피력한다면 그런 국가로 변화하리라 믿고 싶다.


*서포터즈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괜찮아, 오지 마"가 "그래, 와줘"로 바뀌었다는 말. 나는 이 말이 묘하게 감동적이었다. 자율과 독립을 가치 선반의 가장 높은 자리에 놓고 살아오던 사람이 굳건하게 믿는 상대에게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순하게 기대는 말, 로맨틱한 관계가 아니어도 가능한 사랑의 고백처럼 들려서였다.- P176
혼자 나이 드는 삶에 대한 선입견을 거두고 바라본다면 이 책에서 에이징 솔로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는 결국 자기 자신과 생애 전환, 친밀한 관계 맺기, 여러 층위의 연결망, 나이 들고 죽음을 맞이하기 등을 다르게 실천하고 상상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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