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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tore님의 서재
  •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 케이티 켈러허
  • 18,000원 (10%1,000)
  • 2024-11-20
  • : 930
*. ​까치글방 서포터즈 2기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아름다움과 우울증은 내 삶의 두 가지 핵심 요소이다. 아름다움은 어둠을 밝히고 내게 희망과 목적 의식을 준다. 하지만 아름다움이 모두 무지갯빛으로 밝게 빛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것들도 어둡고 때로는 추하기도 하다. 지금껏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인간의 탐욕으로 타락하지 않았거나 세월의 화학작용으로 흡집이 나지 않은 사물은 본적이 없다. 이 세상에 순수한 것은 없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해악을 끼치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타락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예쁘고 타락한 것에 이끌린다. 우리를 두렵게 하는 바로 그것을 소유하고 어루만지고 싶어 한다. ] - p.12

미술사 책을 보면 앞부분에 ‘묄렌도르프의 비너스’라는 선사시대 조각상이 나온다. 사실보다는 이상을 표현해, 대상의 면모를 극도로 과장한 이 석상에 이어지는 설명은 으레 이렇다. “시대마다 ‘미’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세상에 영원불멸한 것은 없는데, 하물며 인간의 가치관이야 오죽할까. 그럼에도 우리는 사물을 보며 이것이 아름다운지 아닌지를 매순간 판단한다. 직관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무엇이 아름다운가’에 대한 절대적인 해답을 내리는 것은 힘들지만, 직관에 따른 미적 가치 판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정도 보편적인 관점을 따르는 듯하다.

지극히 주관적인 잡설은 여기까지. 우선 이 책은 서문부터 강렬하다. 아름다운 사물과 대상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설명이 뒤따르는 건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책도 마찬가지로 취하는 방식일 것이다. 하지만 만성 우울증애 시달리던 저자가 끊임없이 ‘아름다움’에 집착하고, 이에 필연적으로 숨어있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끄집어 내는 건 퍽 흥미롭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라는 정호승의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연상시키듯, 저자는 우리가 평소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물건 속에 깃든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얼마나 추잡하고 어두운 욕망으로 점철되었는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거울을 만들던 유리 공예가들이 수은에, 아무것도 모르고 화장품을 쓰던 여성들은 납에 중독되던 일이 다반사였고, 난초 기르기는 곧 여성을 통제하는 일이자 식민지를 지배하려는 남성우월주의와 제국주의를 은유하는 일이었으며, 영원한 아름다움 때문에 다이아몬드 광산 노동자들은 죽음에 내몰렸고, 향수와 실크를 얻기 위해 수많은 동물이 희생당했다. 한편 우리 일상을 윤택하게 해주는 유리와 대리석은 오늘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지 못하고 왜곡하거나 억압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전에 읽었던 설혜심 교수의 <소비의 역사>와 연결되는 지점인데, 소비주의 사회가 구축한 프레임 속에서 사는 게 너무도 익숙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아름다움이란 결코 밝은 면만으로 이뤄져있지 않으며, 그 속에 감춰져있는 어두운 면도 함께 직시해야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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