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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바다구름님의 서재
  • 산티아고, 이제는 북쪽 길로 가자
  • 박성경
  • 16,200원 (10%900)
  • 2018-08-10
  • : 152
이미 일종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대세 순례길...그런데,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순례길을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 파울로 코엘료와 이후 그 추종자들이 남긴 수많은 낭만적 텍스트들 덕분인지 그 길의 인문학적 낭만성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귀신도 때려잡는다는 전설적인 대한민국의 해병대가 자랑스러워하는 천리 행군(실제 400km인지는 모르겠지만)의 두 배가 넘는 850km의 순례길은 10kg이 훨씬 넘는 배낭을 매고 하루 평균 20km의 거리를 꼬박 40일 넘게 ‘걸어내야’ 하는 그야말로 ‘순례의 길’이다.

뙤약볕 아래 끝도 그늘도 보이지 않는 오르막을 지나면, 배낭과 온몸의 무게를 발끝으로만 견뎌야 하는 지옥같은 내리막이 이어진다. 진창길은 진창길대로, 자갈길은 자갈길대로, 아스팔트길은 아스팔트길대로, 계단길은 또 계단길대로, 모든 길이, 모든 돌멩이가, 모든 흙과 모래가 발바닥과 온몸에 물집과 고통을 남긴다. 입에 맞지 않은 음식과 언제 나타나 며칠 밤새 괴롭힐 지도 모르는 베드 버그의 공포는 그 고통들에 비하면 차라리 애교스럽다 하겠다.

그런가 하면, 경쟁하듯 순례자 숙소 알베르게를 향해 달려만 가는, 이른바 ‘스포츠 순례자’들이나 배낭도 짐도 차로 먼저 실어보내고 가벼운 차림으로 물병만 낭창낭창 들고 나선, 이른바 ‘인증 순례자’들이나 이 코스는 이래서 지하철로 건너뛰고 저 코스는 저래서 버스로 건너뛰는, 이른바 ‘무늬만 순례자’들의 모습은 무거운 배낭을 매고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걷기만 하는 진짜 순례자들의 영혼을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한다.

그렇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자아를 발견하거나 종교적 영감을 얻거나 인문학적 교양을 쌓기 이전에 올곳이 걸어야만 하는 ‘실존’ 순례의 길인 것이다.

빅풋 부부는 그 길을 두 번이나 ‘걸었다.’ 그것도 제대로...한 번은 널리 알려진 “프랑스길”, 또 한 번은 비교적 덜 알려진 “북쪽길”. 물론 이 고지식한 부부는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잠시 북쪽 길로 우회한 첫 번째 프랑스길 순례를 실패했다고 규정하지만, 그들의 지난한 순례 과정과 순례에 대한 그들의 진정성(진정성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을 잘 아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두 번의 순례길이야말로 진정한 “산티아고 순례”라 할 수 있다.

이 책 “산티아고, 이제는 북쪽길로 가자”는 그런 의미에서 참 가치있는 책이다. 그들은 파울로 코엘료처럼 순례길의 의미를 돌려말하지 않는다. 고통은 고통대로, 분노는 분노대로, 깨달음은 깨달음대로, 아름다움과 감동은 또 그대로 단지 그들의 걸음처럼 진솔하고 소박하게 하루하루를 그려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산티아고 순례’를 꿈꾸거나 그 길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이 책, “산티아고, 이제는 북쪽길로 가자”는 가장 진실한 순례길의 지침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산티아고를 꿈꾸는가? 그러면 이 책을 읽고 이제부터 걷는 연습부터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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