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내민 화해의 손길
모니카 2023/01/1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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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 13,500원 (10%↓
750) - 2022-09-02
: 67,383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정말 감동깊게 본지라 ‘해방’이라는 글자가 덩달아 반가웠다. 베스트 셀러 도서인 줄도 몰랐고, 빨치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독모 일정은 가까워 오는데 일이 바빠서 짬을 내기가 어려웠다. 모임이 코앞에 닥쳐서야 책을 들었는데 술술 읽혀서 신났다. 중간 중간 덤덤하게 웃기는 코미디 상황도 가독성을 높여 주었다.
빨치산.
사회주의자.
좌익.
예전 같으면 입에 올리기 무섭게 뱉은 말을 얼른 다시 삼켜야 하는 이런 단어들이 책으로 출판돼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지금의 현실이 진정 자유로운 사회라는 걸 실감했다.
얼마 전, 카페에 어느 누가 ‘좌익에 물들어 가는 대한민국이 개탄스럽다’는 글에 좌익이면 어떻고 우익이면 어떠냐는 댓글을 달았다가
‘공산당한테 끌려가서 총살을 당해봐야 정신 차릴 인간’이라는 익명의 쪽지를 받은 적이 있다.
씁쓸한 웃음이 나왔지만 어찌 보면 그리 큰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이념에 갇혀 사는 사람들은 존재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는 아버지의 모습은 이데올로기 속에서 흔적도 없이 희생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인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게 아닐까 싶었다. 이념도 사상도 모르고 단지 옳다고 생각했던 것을 따랐고, 혹은 잘 사는 길이라 여겨 선택했다가 낙인찍힌 채로 스러져 버린, 어쩌면 내 주변에도 있을 법한 그런 희생자들이 내민 화해의 손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손을 잡을지 뿌리칠지는 이제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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