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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님의 서재
  • 우리의 정원
  • 김지현
  • 10,800원 (10%600)
  • 2022-09-22
  • : 3,545
어린 시절에 3인조 듀란듀란이란 영국 팝가수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음악 취향이 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외국인이고, 남들이 잘 모르는 음악을 내가 알고 있다는 허세같은 마음으로 시작했었다. 팜플렛, 브로마이드, 그리고 카세트 테이프(CD없던 시절)등을 구매하면서 온통 방안을 그들 사진으로 도배했었다. 그들이 내한했을 때를 대비해서 영어 공부도 나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마음만 먹기도 했었다. 현실에서는 친구들과 어울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누던 눈부신 시절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이 떠올라서 잠시 설렜다.
작은 일에도 설렐 수 있고, 별일 아닌 거에도 상처받을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정원이 나이대이다. 미성숙해 보이지만 관계 속에서 자아를 성장시키기도 하는 시기가 바로 정원이 또래 시기이다.

p24 현실에 있는 것들, 내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놓인 것들은 나를 채워주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아주 멀리 있는 것들,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좇게 되는 건지도 몰랐다. -정원이의 생각

하지만, 정원이는 모르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내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원이다 조금만 주변을 둘러 봤으면 알았었을 수도 있다. 언니는 정원이를 위해 비싼 공연 티켓값을 치러 주었고, 아빠는 정원이가 아이돌 공연 간다해서 출근 시간도 늦추고 데려다 주고 밥도 사 주셨다.

주변과의 관계는 첨부터 좋을 수는 없다. 삐걱거리고 어색하고 틀어져 봐야 다시 제대로 맞출 수 있는 거란걸 정원이가 깨달았기를 바란다.
sns친구 달이가 어느 날 계정을 폭파하고 사라져 버려 정원이 가슴에 구멍 뚫린 것처럼 허전했지만 다른 친구들이 그 빈곳에 들어와 다시 채워지며 그렇게 성장하는 거라고 얘기해 주고 싶었는데 정원이는 이미 그걸 알고 있어서 넘 좋았다.

듀란 듀란 없이는 살 수 없을 거 같았던 내가, 그들의 사진을 한 상자나 간직하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어느 날 그 사진들을 모두 내다 버렸다. 그것들이 짐스러웠다. 이게 뭐라고 이토록 신경이 곤두서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볼 수 없고 사진으로만 만날 수 있는 이상(?)의 인물들이어서 그런지 맘은 조금 아렸지만, 금방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성장하는 건 또 다른건 채우기 위해 하나를 비워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정원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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