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분노의 포도 1
- 존 스타인벡
- 11,700원 (10%↓
650) - 2008-03-24
: 6,441
책을 손에 잡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제목부터가 아주 낯익었지만 결코 녹록한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잡고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며칠 만에 뚝딱 읽어버렸다. 책장을 다 덮고 나서도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조드’ 일가의 삶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산업자본주의라는 사회도 그렇고 서민의 삶을 저당잡고 옥쇄를 죄어오는 은행들의 횡포도 그렇고 가진 자들의 탐욕, 그리고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단결을 두려워하는 1%의 계층도 그렇다.
조그만 땅을 일구며 사는 조드 일가는 자연재해로 농사를 망치게 되고 그로인해 은행의 빚을 얻어 겨우 목숨을 연명해가지만 계속되는 재해로 결국 은행의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살고 있던 보금자리를 잃게 된다. 그들은 살 궁리를 위해 미국의 서부 캘리포니아로 갈 결심을 한다. 모든 가족이 가진 재산을 청산하고 낡은 트럭에 의지한 채 길고 긴 여정의 길에 오르게 된다. 가는 도중 고향을 지키겠노라며 선언하셨던 할아버지가 죽지만 그들의 캘리포니아 행은 멈추지 않는다.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여정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대다수의 농민들의 삶 또한 조드 일가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단지 먹고 살기 위해-그들의 원하는 먹고 사는 일은 풍요로움이 결코 아니었다. 자신이 움직일 수 있고 노동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당한 대가를 원한 것이었다.
기회의 땅이라 여기고 그곳에만 가면 젖과 꿀이 흐를 거라 기대했던 캘리포니아는 그들에게 분노와 절망만을 안겨준다. 가진 자들의 담합과 넘쳐나는 노동수요로 인해 노동의 가치는 변질되고 무기력해지고 만다. 게다가 먹고사는 문제에 직면한 노동자들은 탐욕자본이 부당하고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그마저도 감내하며 하루를 근근이 살아간다.
하지만 탐욕 자본에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지를 작자는 국영천막촌의 모습을 통해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아 투쟁해야한다는 케이시의 말을 빌어 알려주고 있었다. 1%, 가진 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99%의 단결이다. 그러나 99%는 1%의 삶을 동경하고 그들과 같아지길 원하며 그들의 삶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끊임없이 애쓴다. 투쟁이라는 건 안중에도 없다. 하지만 국영 천막촌의 모습에서 보았듯이 일단 힘을 모아 서로가 서로의 지지대가 되어 준다면 가진 자들은 감히 99%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나는 책을 모두 읽고 나서 이들의 삶이 지금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탐욕자본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고 가진 자의 횡포는 날로 잔혹하다.
그리고 여전히 99%의 민중은 1%를 동경하며 그들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굶주리고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들의 눈에 두려움이 아닌 분노가 있으면 아직은 희망이 있는 거라고. 우리는 분노해야 한다. 지금의 현재에 대해서.
이 책은 퓰리처상에 노벨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노동의 삶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 문제 상황을 풀어내고 해결방안까지 제시되었는데도 여전히 이 책이 발표된 미국은 왜 여전히 ing일까?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