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장 희순이 내게 묻다.
아이 방학이라 외가댁으로 휴가를 왔다.
짬짬이 읽을 요량으로 정용연, 권숯돌작가의 ‘의병장 희순’과
김용길 작가의‘ 금강산선이야기’를 데리고 왔다.
‘의병장 희순’은 정말 기억이 새롭다.
작년 말 답답한 마음에 주말마다 서초동 집회를 찾으며 소리 지르던 그때
다음웹툰에 연재 중이던 ‘희순 할미’는 내게 작은 위로를 주던 작품이었다.
전작인 ‘목호의 난’처럼 불행한 이시대의 아픔을 느끼는 독자라면
꼬오옥~ 한권 소장해서 읽어야할 수작이다.
희순할미가 일신의 안위와 부귀를 쫓는 삶을 살았더라면...
아니, 독립운동 같은 것만 모른척하고~ 대다수가 그랬던 것처럼
시대에 순응하며 살았더라면...
남편과 자식을 잃는 천형같은 삶은 피했을텐데...
‘의병장 희순’을 다시 읽으며 와이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독립운동은 가족이 있는 사람이 해서는 안돼요! 혼자라면 모를까...”
“우리 외할아버지가 독립운동하다 집안을 다 말아먹고 힘들게 살다가 가셨잖아요.”
“나는 어렸을 때 우리 외할아버지 많이 미워했어요!
와이프의 외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 허만준 선생이시다.
14살에 일본으로 유학을 가셔서 고등학생나이로 대학생들과
일본현지에서 독립운동을 하셨는데...
부산인쇄소에서 독립선언서를 인쇄해 온 사실을 밀고당해서
오사카 형무소, 1평 크기, 구멍만 하나있는 감옥에 2년여를 갇혀있었는데
가족들은 자식을 구하기 위해 전 재산을 갖다 바쳐야했다.
의령에서 제일 큰 한약방을 하며 유지로 살아오던 집안은 그길로 망했고,
관직에 있던 일가는 모두 파직되고 일본순사의 감시를 받아야했다.
나라를 구하려던 의로운 분이셨지만 지역민들에겐 집안을 몰락시키고
지역을 어지럽히는 한낱 범죄자였을 뿐이었다.
감옥에서 당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평생 지병이 시달리다...
결국 그 병으로 돌아가시게 되셨다.
와이프가 또다시 나라를 빼앗겨도 독립운동 같은 건 하면 안 된다는 말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제일 먼저 머리밀고 친일파가 될 테니까 걱정 말아요~”
의병장 희순은 오래된 질문을 내게 다시 던진다.
“만약 다시 나라를 잃는 다면, 당신은 독립운동을 하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