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노래, 남은 이들의 노래...
Darby 2009/11/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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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하는 눈동자
- 알렉스 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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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 - 2009-11-30
: 147
귀여운 표지에 얇은 분량만 보고 가벼운 동화이리라 했던 예상이
마치 성인의 꿈마냥 짙고 끈적한 악몽의 냄새를 피우는 아이의 꿈으로 시작하는 책의 첫 챕터부터 완전히 어긋났다.
그것이 마치 불길한 예지몽이었던양 할머니는 밤사이 돌아가시고,
아직 어린 동생은 죽음의 의미도 아직 채 이해하지 못한채
오빠가 죽인 말벌을 할머니의 환생이라 굳게 믿고
"할머니인 말벌의 장례"를 치뤄주려한다.
하루종일 고집쟁이 동생을 쫓아다니며 동생말을 들어주던 아이는 끝내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외친다.
"내 말 좀 들어봐. 할머니는 죽었고, 네가 숲에다 묻었어.
아빠와 엄마는 묘지에 묻을 거고, 그리고 나는, 나는 여기에 묻을꺼야."
아이는 주먹으로 가슴을 친다.
"나는 마음속에 묻을거야. 우리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기억하는 거야. 중요한 건 그거야."
생전 할머니가 하셨던 말씀들을 그대로 믿는 아직 어린 동생에게
할머니의 진짜 인생과 가짜 인생을 구별해 들려주던 오빠는
사실 할머니의 바램이었을 그 가짜 인생의 어느 부분은,
한편으론 할머니의 또 다른 진짜 인생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납득하게 된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라 해도 좋을듯 하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조금 어둡고, 감정들은 모냐도냐 둘중 하나로 표현되어 있지 않다. 할머니의 죽음을 가족 모두가 안타깝고 슬퍼하고 있지만 아이들도 어른들도 절제된 감정속에서 각자 나름의 애도를 하고 있다.
마지막 챕터에서 아이와 아버지가 듣던, 할머니가 "진짜 인생"으로 삼고 싶었던 또 하나의 존재 The Velvet Underground의 노래 After Hours를 찾아 듣고 있자니, 책 한편이 한 곡의 노래같았던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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