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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
  • 14,400원 (10%800)
  • 2022-06-01
  • : 3,865

최재천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대중에게 생태적 감수성을 심어준 저작이나, 자연현상을 인간 중심적 윤리로 환원하거나 과학적 엄밀성보다 낭만적 통찰을 앞세워 본질을 오도할 수 있다는 철저한 비판을 받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이 적어도 과학서적임을 주장한다면, 과학적 견지에서 이 책이 내포한 문제점을 비판할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이 대두된다. 


1. 비과학적 감상과 낭만주의

저자는 과학적 사실을 인간의 감정선에 맞춰 지나치게 미화하고 낭만화하고 있다.


1) 감상적 의인화의 오류: 동물들의 생존 투쟁을 인간의 고귀한 효심, 부부애, 희생정신 등으로 묘사한다. 이는 독자에게 감동을 주려는 문학적 연출일 뿐, 자연선택과 유전자 보존이라는 냉혹한 진화생물학적 본질을 가리는 서술이다. 


2) 낭만적 왜곡: 동물의 잔혹한 생태(동종 포식, 강간, 영아 살해 등)를 생략하거나 아름답게 포장하여, 자연계에 대한 비과학적인 환상을 심어주는 부분이 있다. 


2. 연구 근거가 부실한 비약

동물의 행동 양식을 인간 사회에 그대로 대입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비약이 심각하다.


1) 동물 행동의 자의적 해석: 특정 곤충이나 동물의 단편적인 생태 관찰 결과를 인간 사회의 복잡한 정치, 경제, 문화적 현상과 곧바로 연결 짓는 비약이 많다. 


2) 인과관계의 무리한 확장: 과학적 통계나 명확한 실험적 근거(Data)를 제시하기보다, 하나의 일화(Anecdote)를 일반화하여 "동물도 이러하니 인간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식의 당위적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3. 은폐된 엘리트주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다정한 어조 뒤에는 '자연의 이치를 깨달은 과학자'가 우매한 대중을 계몽하려는 엘리트주의적 시선이 깔려 있다.


1) 지적 우월감에 기반한 계몽: 인간 사회의 부조리나 환경 문제를 비판할 때, 생태학적 지식을 독점한 지은이가 독자를 가르치려 드는 훈계조의 서술이 자주 등장한다.


2) 복잡성의 단순화: 사회과학, 경제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적 맥락이 필요한 복잡한 인간 사회의 문제를 생물학이라는 하나의 잣대로만 재단할 수 있다고 믿는 '과학 만능주의적' 엘리트 의식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4. 비현실적 이상주의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현실을 외면한 채, 자연을 무조건적인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상주의에 경도되어 있다.


1) 자연주의적 오류: "자연의 것은 선하고 아름답다"는 전제 아래, 인간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자연에서만 찾으려고 한다. 고대 노자의 도덕경 같은 자연숭배로까지 확장한다. 


2) 현실 대안의 부재: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자연을 평화롭고 조화로운 유토피아로 규정하지만, 현대 사회의 첨예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메커니즘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과학을 대중화하는 데는 공헌했으나, 엄밀한 과학적 비판 의식보다는 문학적 수사와 감성적 설득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이는 책이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복잡한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배제하고, 이를 오직 진화생물학적 본능으로만 설명하려는 성급한 비약은 과학 전공자의 눈에도 거슬리지만, 인문사회학 전공자들에게는 더욱 불편할 것이다. 


과학자는 과학적 데이터와 연구 결과로 말을 해야 한다. 개인적 감상이나 낭만은 수필집으로 따로 발간함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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