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먹는 행위에서 해방되고싶다.
먹는 거에 관심 없다고 하면 대부분 날 이상한 사람 취급하겠지.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은 먹는 게 인생에 있어서 상당히 큰 낙이더라고. 그래서 나도 사람 만날땐 평범한 척 한다. 그래야 분위기 안 망치고 얘기가 진행되니까.
하지만 먹는다는 것은 요리, 장보기, 메뉴선택, 유통기한 관리, 균형잡힌 영양섭취, 비윤리적인 식재료 소비로 인한 죄책감, 쓰레기 생산, 설거지 등 온갖 동원되는 노동이 너무 많고 시간낭비다.
먹는거에 집착하는 사람들 보는 것도 항상 싫다. 필요 이상으로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과식히기, (방송에서) 과하게 맛있어하는 리액션, 없던 식욕 자극하는 미디어, 아무거나 먹어보지 굳이굳이 한식만 찾기, 그럴 가치 없는 식당에서 한 시간 이상 웨이팅하기, 달고 맵고 짜고 자극적으로 만든 가공식품들 먹기, 동물착취, 비건인들 비꼬는 새끼들 등등. 먹는 게 인간들 사이에서 너무너무너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거 자체가 내 인생을 짜증나게 한다. 알약으로 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면 세상 맛있는거 다 포기하고 먹을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