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찰 숲길이 좋다고 생각했으나, 살던 곳에서만 주로 다녀서 그런지 쉬이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이 되니, 한숨만 푹푹 나올 정도로 폭염과 폭우로 인해 마음이 더 마르는 기분이다. 삶이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지 못하기에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다.

봄이 오는 소리에 좋은 천년 사찰 숲길이 있고 녹음이 짙은 여름에 좋은 숲길이 있다. 가을이야 어디든 좋지 않을까 싶지만 그중에서도 절정으로 좋은 천년 사찰 숲길이 있고 찬 바람이 매서워서 피하고 싶기만 할 때 좋은 천년 사찰 숲길이 있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이곳에서는 쉬이 만나기 어려운 강진 백련사, 동백숲길에서 동백꽃이 흐트러지게 피는 곳을 따라 올라가 본다. 봄을 알리는 소리, 특히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온 것이 반가운지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정겹게 들려올 때가 있다. 강바닥도 얼어붙은 매서운 겨울이 가고 드디어 봄이 오는구나 싶다.

여름은 뜨거운 햇빛이 무섭기도 하지만 녹음이 주는 푸르름은 더우면서도 시원한 감을 준다. 땡볕 아래에서도 무던하게 버티고 있는 게 대단한 나무들이다.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점점 쩍쩍 말라가는 게 느껴진다. 오랜 세월을 버티어도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햇빛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송광사 불일암의 무소유의 길이라. 지금은 템플스테이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그곳의 정취를 쉬어가면서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무엇이든지 마음의 여유가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소개하면서 그곳의 약도가 표시되어 있다. 길을 오르기 전에 보는 지도는 볼 때마다 새롭다.
가을 단풍하면 정읍 내장사를 빼놓을 수 없다. 어찌 단풍만 좋겠는가. 그곳에는 주로 남부 지방에서만 자란다는 비자나무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비자나무는 약용으로 쓰인다고 하는데 그 쓰임새가 몹시 유용하다. 그 사찰마다의 특색과 아름다움이 책 속에 담겨있다. 많은 것을 보여주진 않는다. 아무리 책이 좋아도 직접 눈에 담는 것보다 좋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과거의 역사적인 흔적이 남겨진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강화 전등사, 삼랑성 길 걷기 편에서는 근대사의 중심에서 국운을 지켜낸 그곳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었다. 잠시 머무르기에 아쉬울 수 있으니, 템플스테이를 통해서 쉬어가면서 전등사의 다양한 곳을 살펴보며 불교문화의 진수를 체험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