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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쟁이 이혁준의 문화만들기



몇 회 하지 않은 MBC < 내 손안의 책>​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기분 내키는 대로 영상을 올리다 보니

이상하게도 일본 작품들에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아

이제 남은 영상이라곤 일본 작품들 뿐이다

일단 내 성향은

<No 아베>일 뿐, <No 일본>은 아니라고 자부했지만,

영화관을 가면서

<유니클로> 매장에 있는 빠른 엘리베이터 대신

느린 엘리베이터를 선택하는 것을 보며

아직도 나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느낌이다.

하기야

누군들 자기 자신에 대해

정의를 정확하게 내릴 수 있을까?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센 척 자기애를 과시하는 이들도

실상은 자신을 믿을 수 없어

스스로 만든 틀에

발가락을 저미고

손가락을 부러뜨려

남들에게 보여주는 자신을 만드는 것일 지도 모른다.

<어두운 상점의 거리>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파트릭 디아모의

자아 찾기 과정 소설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지식인의 교훈 강박증 없는

그저 동료를 만난 듯한 위로의 책이다



임/ 책을 보면 스탕달의 ‘앙리 브륄라르의 생애’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시작하는데요,

작가의 어떤 의도가 있었을까요?

 

첫 페이지를 열어보면

​<내가 사건의 실상을 알려줄 수는 없다

그 그림자만 보여줄 수 있을 뿐>이라는

프랑스 문호 <앙리 벨>, 필명 <스탕달>의

​<앙리 브륄라르의 생애>의 한 구절을 이용했는데요

이는 곧 이 책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알려주는 것입니다.

​스탕달의 <앙리 브륄라르의 생애> 역시 자전적 에세이로

​<나는 어떤 사람이었던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주제를 갖고

작가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희미한 자신의 기억으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품인데요

패트릭 모디아노의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도

다른 그의 작품들처럼 주인공 다라간이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과 망각에 끊임없이 싸워가며

현재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찾으려는 과정을

추리소설같은 느낌으로 적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굳이 스탕달의 한구절을 인용한 것은

어쩌면, 이 소설도 <어두운 상점의 거리>나

다른 작품처럼 <비슷한 주제야> 라고 미리 고백하면서

스포일러로 스스로 면죄부를 받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임/ 이번 책이 기존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자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있을까요?

 

모디아노의 작품은

모두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는 작품으로 이루어져있는데요

​1,기억상실증 퇴역탐정이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2,첫사랑을 찾아 헤매는 <지평>

3,각기 다른 세남자의 모습에 비친 각기 다른 모습의 나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4,그리고, 대놓고 자신의 기억을 얘기하는 자전적 소설 <혈통>등

모두 확실과 불확실의 경계에서 기억을 찾으려는 작품들입니다.

​분명한 문체인 <혈통>을 제외하고는

모두 몽롱한 필체로 미스테리 추리물 형식을 하고 있는데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는

그 기억이 어린 시절까지 다다르고 있습니다

이는 201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문에도

<모디아노>가 어린 시절부터

제 부모의 지인들에 위탁되어

이곳 저곳 떠돌며 다닌 것을 고백하며

혼란스런 기억을 찾아 헤매며

본인 정신 세계의 근간을 찾으려 했다는 말처럼,

​최근작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는

모디아노가 드러내진 않았지만,

​자신이 잊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용

기내서 대면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임/ 주인공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루면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쓰여 있지 않은데다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 지명도 정말 많이 나오는데요,

그래서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책이란 영상이나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직 상상력만으로 그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데요

이 책이 짧은 편인데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바로 익숙하지 않은

불어 지명 때문이죠 문

제의 장소 <생뢰라포레><에르미타주><블랑슈>등

어떤 것은 제 프랑스 친구들조차 모르는 지명인데요.

​이런 실제적인 지명들은

시공간을 미친 듯이 넘나들며

잡힐 듯이 잡히지 않은 몽환적이고 혼란스러운 소설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바다에서 헤매다가

항상 거기있는 등대를 보고 안도하는 것처럼,

​현실감을 유지하고,

​다시 살릴 수 있는 기억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좌표인 것이죠.

​이런 의미에서 조금은 어렵지만,

​이 마저 없었다면,

​이 짧은 소설을 혼란 속에서 평생 읽거나

​10분 읽고 던지거나 할 수 있는 것이죠

 

임/ 데뷔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아왔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아마도 결말이 없는

독특한 그의 소설 세계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작가는 한 결같이 기억의 조각을 모으는 작품들을 쓰지만

그래서 해피엔드다 새드엔드다 라고 결말을 딱히 내주진 않거든요.

​그 느낌은 온전히 독자들에게 맡기고는,

​본인은 그 보다 자신의 기억과 망각을 찾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 몰두 하고 있습니다.

2.또 많은 일련의 작품들이

한결같은 같은 주제로 써 있으면서도

마치 주제 명확한 미드 시리즈를 보는 것처럼

전체 작품이 유기화되어있고,

​새 작품마다 새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느낌이어서

점점 빠져들어 매니아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연속극의 다음편을 기다리는

​To Be Continue, Coming Soon처럼,

​평단과 독자는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죠


임/ 이번 작품을 비롯해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들을 보면

모두 ‘기억과 망각, 정체성’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거든요.

저자가 ‘기억’이란 주제를 다루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억이라는 건 바로 상대방의 존재가치이기 때문이죠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 것이 설령 자신일지라도

그 존재는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서로의 존재가 사라지듯이,

​망각, 잘못된 기억은

정체성의 오류를 가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모디아노 역시 여기 저기 위탁되어지면서

거의 제대로 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는 듯이 보여지는데요,

​그런 기억들의 확립으로

오늘의 자신을 증명하고,

​주위사람들의 관계도 확립하려는 의지가 보입니다.

​사실 이는 모디아노의 개인의 문제가 아니죠.

​복잡하고 이기적인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가 얼마나 잊지 말고 살아야 할 것들을 잊고 살아가며,

​망각으로 지워버렸는가를 반성하게 되는

모디아노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임/ 책 속 구절을 소개해주시는 시간..

‘내 손 안의 인생 구절’

 

주인공 <다라간>은 책을 쓰는 이유에서

자신의 불편하고 불확실한 기억을 되찾고자

이름만 기억나는 사람들을 등장인물로 설정하는데요

사건의 발단인 된 <기 토르스텔>이란 사람을 기억하면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그 존재도 우리 염두에 없던 사람들,

​한 번 마주치곤 다시 보지 않을 사람들이

어째서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우리 인생의 중요한 일역을 담당하는 것일까?>

​싫든 좋든 어차피 여긴 무인도도 아니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살아가야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 가치는

다른 사람과의 많은 인연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자신의 그릇된 판단으로

혹시 소중한 사람을 밀어내고 기억에서 지운 건 아닌지

되돌아 보며 반성하게 되는 구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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