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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쟁이 이혁준의 문화만들기
  • 가버나움
  • 나딘 라바키 감독
  • 25,900원 (260)
  • 2019-06-13
  • : 197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버나움-국력과 인지도 꼴등인 1등영화

별 5개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뤄냈다.

​심사위원의 만장일치와

<봉준호>장르라는 새로운 영화의 방향을 제시하며,

​한국 영화의 묵었던 한이 한꺼번에 풀려나가는 기분이었다.

​한번 쯤, 교양과목을 같이 들었을 듯한 대학 후배이기에

응원하는 마음도 남달랐지만,

​그 동안 대한민국의 국력과

<봉준호> 감독의 조금 모자란 인지도로 인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우리나라 영화의 한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꼭 영화평을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지지해주고 싶은 영화 하나가 떠올랐다.

2018년 칸 국제 영화제에서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에 밀려,

2등 격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레바논 여성감독 <나딘 라바키>의 <가버나움>이다.

<부모를 고소하고 싶어요 나를 태어나게 했으니까요>

학대 받는 아이들의 대부분의 생각이지만,

​세계 어디에서도 대 놓고 말할 수 없는 부모란 이름의 절대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한 이 영화는,

​실제 시리아 난민인 자인(자인 알 라피아)의 강렬한 눈빛으로 시작한다.

​자식을 낳고 돌보기는커녕

무책임과 방임으로 일관하는 부모.

​자인도 출생 신고도 제대로 되지 않아

본인이 몇 살인지도 모른 채,

​힘겨운 배달 일로 집안 일을 돕는 소모품처럼 생활한다

그러다, 초경이 시작된 어린 여동생 사하르 (하이타 아이잠)를

돈 몇 푼으로 강제 결혼을 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자,

​자인은 여동생의 남편을 칼로 찌르고 도주한다.

누가 아이들이 해맑다고 했는가?

나이에 상관없이 아이들은 경험으로 나이를 먹는다.

​어른이 돼서 감당해야 할 일을 미리 겪으면

아이는 어른 아이가 되는 것이다.

​자인도 부모와 세상으로부터의 엄청난 고통을 받으면서

살인도 서슴지 않는 어른이 되어있던 것이다.

​도주 중에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는 모습이라던가,

​부정한 세상에 두려움 없이 어른과 싸우는 장면에서,

​이미 자인은 온전히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고단한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인종차별과 불법체류로 얼룩진 모자(母子)

​라힐(요르다 노스 시프로우)과

한살 배기 요나스(브루와티프 트레저 반콜)과의 만남에서

공감대 형성으로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인 역시, 그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라힐이 불법체류로 감금되자,

​더 이상 요나스를 돌보지 못하고,

​불법 입양 브로커에게 요나스를 팔아버린다.

​자신의 부모가 한 짓을 어쩔 수 없이 되풀이 하는 자인.

​단지 그 부모와 다른 것이 있다면,

​최소한 자인은 책임감으로 끝까지 요나스를 돌보려 했고,

​요나스를 넘기는 그 순간에도

죄책감으로 괴로운 눈빛으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다.

이는 법정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가정을 꾸린 것에 후회한다> <나처럼 살았으면 자살했을 것이다>라며

뻔뻔하게 자식에 대한 책임 없이,

​끝까지 자신의 괴로운 입장만을 주장하는 것과 비교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자라서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자인이

쓸데없이 나이 먹은 부모보다 더 어른인 것이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실제 고충을 겪고 있는 배우들의 생활형 연기는,

​대사를 암기하는 배우의 진실성과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의 진솔한 기능성을 보여준 이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에 2등으로 밀리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는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에 밀려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물론, 이 두 영화도 모두 훌륭한 영화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아동학대로 주제도 비슷하고,

​리얼리티 기법도 거의 유사한 점을 객관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단연 <가버나움>은 이 두 영화를 제치고도 남을 힘이 있다.

​단지, 레바논이라는 약소국 영화라는 이유로,

​아랍여성 감독의 모자란 인지도 때문에 밀려난 것이다.

​정말 안타깝고 화가 나는 세상의 이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총 관객 143,088명 중 3명을 채우는 것이 전부였다.

2019년 새해 이후,

​즐겨 보던 <전지적 참견시점>을 재방송 조차 보지 않는다.

<이 영자>의 석연치 않은 <MBC 연예대상> 수상 이후,

MBC에서는 <나 혼자 산다>를 살린 <박 나래>가

<이 영자>의 경력과 예우차원에 부당하게 밀려났기 때문이다.

<이 영자>가 싫은 것은 아니다.

<KBS 연예대상>에서는 많은 후보를 제치고 대상을 수상한 것은

충분히 인정하고 기뻐했다.

​단지, 인지도와 권력으로 합리성 없이 움직이는

이 세상의 논리에 반기를 들고 싶은 까닭이다.

​가버나움은 VOD라도 돈 주고 시청해서 힘을 실어줘야 할,

​그래서 세상이 나아지는 길을 열 수 있는, 유일한 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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