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뼈
사람의 몸에서 가장 정신적인 곳이 어디냐고 누군가 물은적이 있지. 그때 나는 어깨라고 대답했어. 쓸쓸한 사람은 어깨만 보면 알 수 있잖아. 긴장하면 딱딱하게 굳고 두려우면 움츠러들고 당당할 때면 활짝 넓어지는 게 어깨지.
당신을 만나기 전, 목덜미와 어깨 사이가 쪼개질 듯 저려올때면, 내 손으로 그 자리를 짚어 주무르면서 생각하곤 했어.
이 손이 햇빛이었으면, 나직한 오월의 바람 소리였으면처음으로 당신과 나란히 포도(鋪道)를 걸을 때였지. 길이 갑자기 좁아져서 우리 상반신이 바싹 가까워졌지. 기억나? 당신의 마른 어깨와 내 마른 어깨가 부딪친 순간. 외로운 흰 뼈들이 달그랑, 먼 풍경(風磬) 소리를 낸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