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꿈꿨던 세계 여행.
그때는 눈을 감으면 가고 싶은 나라로 순간 이동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고..
클수록 내게는 그런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누군가 나를 세계 여러 나라에 데려가 주었으면 했었다.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이 긴 제목의 책을 읽으며
어릴 적 내가 품었던 생각들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그렇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이 책의 앞부분을 읽을 때까진... 이 책의 주인공이자 인도의 고행자.. 아자타샤트루 라바슈 파텔에게 크게 마음이 가진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은 돈으로 프랑스 파리에 온 그가.. 보여준 행동은 100% 사기꾼의 모습이었기에...
그는 택시기사에게 가짜 돈으로 요금을 지불하는 척하면서.. 기사의 시선을 뺏은 후.. 다시 가짜 돈을 챙겼으며..
그 가짜 돈으로 이케아 매장에서 침대를 구입하려고 했고..
자신의 끼니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일부러 부딪혀 선글라스를 깨진 척하며 보상금과 함께 식사를 대접받고..
이케아 매장에 숨어서 잠을 자고 식당에서 무전취식까지 한다. 그리고 여유롭게 이케아 침대 위에 앉아 신문도 보고...
그가 세운 계획은 내가 보기에 엉성했고..
이렇게 거짓된 말과 행동으로 사람을 속이는 그를 좋게 볼 수는 없었지만..
그가 옷장에 숨게 되고.. 그 옷장을 통해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리비아, 그리고 다시 프랑스로 오기까지..
긴 여정 속에서 차츰 변하는 그를 보며 내 나름대로 느끼는 바가 컸다.
인도에서 태어난 그가.. 낯선 나라.. 그것도 잘 사는 나라에 와서 새로운 것을 접하고.. 신기해하는 모습...
낯선 여인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보는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기도 하고...
우물 안 개구리 같았던 그에게도 조금씩의 변화가 생기긴 했지만..
변화의 가장 큰 계기는 아무래도.. 영국으로 가는 동안 불법 이민자들과 만나게 된 것이 아닐까...
자신만 알고 자신의 인생만을 생각했던 그가..
자식들을 위해서 크나큰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삶을 알게 된 후로.. 큰 충격을 받게 되고...
참다운 인생이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며 스스로 변하기 시작하는데..
주인공 파텔의 그런 모습 속에서..
누군가는 일평생 다른 세상을 경험하지도 못하고 일만 하면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지금 나는 얼마나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마음 먹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으면서도.. 매사에 불만과 불평을 하는 내 모습이 생각나 부끄럽기도 했으며,
또한 사람에게 사랑이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도 새삼 깨달으며..
나 역시도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달라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독특한 소재와 빠른 전개, 그리고 잔잔한 감동과 함께 파텔과 택시 기사의 추격전까지 더해져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던 작가의 모든 경험이 녹아있는 책이라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 듯...
그가 쓴 다른 책도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