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독특한 소설을 한 편 읽었다.
천국 여행... 이 책의 작가는 미우라 시온이고
일본에서는 요시모토 바나나만큼이나 참신한 작가, 혹은 인간을 묘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젊은 작가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 최초로 나오키 상 & 서점 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고 한다.
난 처음으로 미우라 시온의 글을 읽어보았는데.. 상당히 독특한 내용이었다.
<천국 여행> 이 책을 감싸고 있는 것은 죽음에 관한 것이다.
자살, 병사, 사고사, 동반 자살 등... 온갖 죽음의 방법이 소재가 되어 총 일곱 가지의 짧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니깐.. 처음에는 기분 나쁜 음습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읽어보니 그런 느낌은 없었다. 다만 묘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첫 번째 나무의 바다와 다섯 번째 불꽃,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SINK...
이 세 이야기만 그나마 현실적이었고..
다른 이야기들은 영혼이나 전생에 관한 것이었다. 다분히 몽환적이며 비현실적인..
하지만 일곱 편의 이야기 모두 죽음보다는 살아 있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은 깊은 절망을 느낄 수도 있는데.. 이 책에 실린 글 대부분이 그런 것이다.
그런 절망 속에서 죽음을 선택한..
나무의 바다..
아픈 장모님 병수발 때문에 집에서조차 편히 쉴 수 없는 중년의 남성
그는 회사에서는 퇴직을 강요받고 아들은 사고까지 쳐서 보상금을 물어줘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 야속하게도 아내는 보험금 이야기를 꺼내고..
남자는 아내가 쉽게 찾을 수 없는.. 나무의 바다에서 죽기로 결심한다. 그곳은 울창하고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어서..
죽어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이라.. 아내가 보험금을 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자살은 실패했고.. 그를 깨우는 낯선 청년과 함께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그와 함께 3박 4일을 보내게 되는데....
불꽃은 한 소녀가 짝사랑하던 선배가 학교 운동장에서 분신자살을 하게 되고.. 그를 둘러싼 소문들이 나돌면서..
그 선배의 여자친구이자 같은 반이었던 친구와 사건의 진실을 밝혀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되는데..
선배가 남겼을 것으로 추측되는 유서를 보면.. 자신의 담임과 어머니가 사귀는 사이였는데..
담임은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성과 결혼을 하게 됐고..
홀로 자신의 힘들게 키운 어머니가 사랑 때문에 힘겨워하고..
그런 모습을 도저히 더는 지켜볼 수 없어서 학교에서 죽음을 선택했다고 남겨져 있다.
소녀들은 선배의 담임을 응징하려고 하고...
SINK는 어린 시절 사업 실패로 삶을 비관한 부모님이 자신과 동생을 차에 태우고 동반자살을 결심하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큰 아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사고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없는 그는... 이 고통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살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비현실적인.. 작은 별 드라이브..
자신의 여자친구가 죽었다는 것도 모르고 함께 지내던 남자는.. 친구의 눈에는 자신의 여자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영혼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그녀와 함께 지내면서,
여자친구가 갑자기 죽은 이유를 찾으려고 하고.. 경찰에 신고도 하지만.. 얼마 후에 여자친구의 시신을 발견한다.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남자친구 옆에 계속 붙어 있는 그녀..
영혼과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지치는 것인지.. 점점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그녀를 떼어낼 수 없고....
현실적인 이야기와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이야기... 모두 죽음에 관한 것이지만..
결론은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훨씬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삶에 대해서 찬미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는 것은 상당히 담담하게 표현했다. 극적인 일보다는 소소한 일상이 대부분인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려고 한 것 같다.
죽음 또한 미화하지 않는다. 작가는 죽는다고 해서 무엇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과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과장 없이
쓰려고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다 읽고 난 후에.. 지금 내가 살아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느끼게 됐다.
또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왜?"라고 생각될 정도의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괴로움이 늘 상대적인 것은 아니다. 혼자 받아들이고 방황할 수밖에 없는 종류의 괴로움을 안고 있다]는 이 부분을 읽으며..
고통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것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삶에 대한 충고보다는 따뜻한 위로의 손길로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충고 속에는 뜻하지 않게.. 비난이 들어있을 수도 있기에..
누군가 힘들어한다면.. 괜찮아? 많이 힘들지..라는 말과 함께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며 토닥여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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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역시 우리가 살길 잘했다고 생각하오.
죽어야지, 죽어야지 입버릇처럼 말하다가 조금 더 나아가 실행에 옮기려고 하면서도 그때의 흐름과 분위기에 발목이 잡힌 우리는, 지금 조린 김을 담은 병뚜껑을 여는 것도 힘겨워하고 얼마 안 되는 계단을 오르려고 해도 무릎이 아프지.
이렇게 되고서야 비로소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겠소.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고.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달콤한 말을 넘어
당신의 불평과 잔소리까지 포함해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오.
당신을 만나 당신과 살았기 때문에 비로소 나는 이 세상에 생을 부여받은 의미와 모든 감정을 맛보았고 알 수 있었던 것이오. 당신에게 나도 그런 존재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