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드리면 폭발하는 오베가 왔다.
그가 집을 나서면 동네 전체가 긴장한다.
띠지에 적힌 문구처럼.. 이 오베라는 남자는 상당히 까칠하다.
그의 나이 59세. 까칠하고 깐깐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언제나 원리원칙대로 살고 있다.
글은 오베의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 가면서 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의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책을 읽을수록 까칠함 + 올곧은 신념을 가진 중년의 신사 같았고 아내를 향한 순정파 로맨티시스트로 느껴졌다.
그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난다. 한평생을 그랬다고 한다.
그리고 항상 같은 시각.. 같은 행동을 한다.
가장 먼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커피여과기를 사용하는데.. 커피는 반드시 내려마신다.
자신과 아내 몫까지 두 잔을 준비하고..
커피가 제대로 우러나는 시간 동안에 동네 순찰을 다니며 이것저것 꼼꼼하게 살펴본다.
그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회사에 출근했으며 열심히 일했다. 묵묵하게 성실하게 일했지만..
얼마 전 젊은 관리자들에게 해고 통보를 받는다. 이제 그만 쉴 때가 되었다고..
오베라는 남자는 상당히 까칠하고 깐깐한 사람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연민의 감정이 생기는 인물이었다.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열여섯 나이에 고아가 되었고...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했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원리원칙대로 살아간다.
아버지가 일했던 직장에 근무하게 되면서.. 그는 더욱 과묵해졌고.. 주변의 일에 크게 신경 쓰지도 않고
동요하지도 않았다.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행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행복하지 않았을 뿐..
그러던 어느 날 아내를 만났고.. 그녀는 그에게 행복을 주고 삶의 의미가 된다.
아내와 함께 열심히 살았던 젊은 날들... 이젠 과거가 된 그 시절.
아내는 죽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출근했던 오베는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
살아가야 할 목적을 잃은 것 같다.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힘든 마음을 일을 하면서 겨우겨우 달랬을 텐데..
이젠 나이 들었단 이유만으로 회사에서 쫓겨났으니.. 아내를 향한 그리움이 더욱 커졌을 것 같다.
그래서 오베가 자살을 결심한 것이 아닐까...
그는 결심을 실행하려고 하지만.. 그를 방해하는 인물들이 나타난다.
이웃집에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인데.. 오베가 자살하려고만 하면.. 어찌 알았는지 방해를 한다.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다양한 일들이 생기는데.. 그는 과연 자신의 결심대로 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 깐깐하고 까칠한 오베가 과연 이웃들에게 마음을 열고 사이좋게 지내게 될까.
그리고 그의 집에 나타나는 고양이는 어떻게 될지..
좋은 친구였지만.. 이제는 앙숙이 된 루네.. 치매에 걸린 그와는 또 어떤 일들이 생길지..
자꾸자꾸 궁금해져서 책을 계속 읽을 수밖에 없었던 <오베라는 남자>
처음엔 까칠한 모습에 놀랐지만.. 아내를 그리워하고, 오베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코끝이 찡해지고 연민의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은근슬쩍 이웃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보기보단 따뜻한 사람이란 생각도 들었고..
무엇이든 뚝딱 고치고 만드는 모습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 남자의 매력은 무궁무진 한 것 같다.
원리원칙과 자신이 정한 신념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며 영화<플랜맨>이 떠오르기도 했다.
주인공이 계속 쭉 그런 모습으로 살았다면.. 분명 오베처럼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다 보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장면들이 많았다.
황당하달까.. 이럴 수가.. 이런 말들이 자연스레 나오면서 큭큭거렸던..
읽을수록 재밌는 책이었다. 그리고 감동까지 있었다. 누군가를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란 생각도 들고..
오베의 까칠한 모습 속에 감춰져 있던 여린 마음과 아내를 향한 사랑을 보면서..
아내 소냐가 왜 그와 결혼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엔 지루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끝까지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초반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길게 설명했는데.. 이게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런 설명이 있어서.. 이웃과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더욱 인상 깊고 재밌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잔잔한 감동과 웃음이 담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