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코, 나츠코, 아키코, 후유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서 따온 이름.
고미네 집안의 네 자매는 그 이름만큼이나 뚜렷한 특징을 가진 것 같다.
여름 나츠코와 봄 하루코에 이어서 이번엔 겨울 후유코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사실 네 자매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인물이라 전편 하루코의 이야기보다 훨씬 재밌게 읽었다.
나츠코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후유코를 데리고 연극을 보러 가던 날..
비가 매우 많이 내리던 그날.. 만났던 사진작가 나카가키 노보루.
그는 나츠코에게 모델 제안을 했고 나츠코는 그에게서 누드 사진을 찍고.. 그 후로 스스로의 인생을 찾아간다.
그도 그 사진 이후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지..
이제는 라디오 방송도 하고 광고도 하고 여러 일들이 꾸준하게 들어오는 상황이다.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 늘 편지를 보내주는 익명의 여인.
깔끔한 문장과 노보루의 작품에 대한 비평, 노보루의 삶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게다가 그녀가 알려주는 책, 영화, 연극, 음악 등등 다양한 정보들..
도저히 나이를 가늠할 수도 없는 그녀의 편지를 읽으며 많은 도움을 받았던 나카가키 노보루.
이번에도 그에게 전해진 그녀의 편지에 처음으로.. 불타오르는 토끼..라는 펜네임이 적혀있었다.
평소에 그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노보루는 방송 끝 부분에서 그 편지를 언급하면서..
방송국으로 연락을 달라고 한다.
후유코는 자신이 예전에 입원했던 정신병원에 장기 자원봉사자로 근무하고 있다.
이제는 운전면허도 따서 혼자 운전도 능수능란하게 하는 그녀.
예전에 마음의 병을 앓았던 모습은 찾기 어렵다.
오래전 만났던 사진작가의 방송을 듣게 되고.. 이유 모를 친근함을 느낀 그녀는.. 이름 없이 편지를 보냈고..
그가 방송에서 자신의 편지를 이야기하며 만나고 싶다고 하자.. 언니인 하루코에게 대신 연락을 해달라고 하고..
도쿄까지 혼자서 그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게 된 후유코.
방송에 임하는 후유코를 자세히 살펴보던 하시바 구니히코는 그녀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도쿄에 살면서 자신과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
그녀의 삶은 또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 걸까?
나츠코를 통해 본 후유코의 모습은 여리여리하고 아주 약한 불꽃을 가진 소녀였다.
바람이 불면 그 불꽃이 금방 사그러질까봐 걱정되는...
그런데.. 하루코 이야기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성장한 소녀가 있었다.
자신의 삶을 살아보겠노라 다짐하는...
그녀는 운전면허도 따고 오래 입원했던 병원에서 퇴원을 했고..
이번에는 자원봉사자로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 필요한 일을 해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젠 도쿄로 올라와 혼자 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정말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조용조용하고 다소 어둡게 느껴졌던.. 그녀가 조금씩 빛을 내면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고 있다.
남들보다 훨씬 더 예민한 감수성과..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갖고 있고..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관능적인 에로티시즘을 표출하는 후유코.
그녀 주변에 있는 남자들.. 그들과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고미네 집안의 네 자매는 확실히 매력적인 인물들로 느껴진다.
각각의 매력이 확실하다고 해야 할까.. 볼수록 재밌는 자매들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성性에 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작가는... 젊은 그녀들의 삶에서 성性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그래서 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려고 하는 것 같다.
나츠코, 하루코, 후유코... 3권을 읽으며 독특한 자매들의 모습을 보며 때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연약한 후유코가 스스로 삶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 모습만큼은 괜찮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키코의 이야기도 기대된다.
아키코가 후유코에게 말했던 부분이 인상적이라..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에..
" 아키코 언니가 전화로 이런 말을 했어.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인간은 아무리 상처를 입어도, 아무리 엉망진창의 나락에 떨어져도,
살아 있기만 하면 그걸로 좋은 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