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도비크 세네샬은 영화필름 수집가이다.
어느 날 옛날 영화 소장품을 판매한다는 글을 보고 직거래를 하기 위해 그 집으로 향하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유품을 정리하기로 했다는 아들의 말을 들으며.. 서재로 가보니.. 그곳에는
굉장히 많은 영화필름들이 있었고.....
뤼도비크는 그 안에서 제목도 적혀 있지 않은 필름 통을 포함하여 여러 편의 영화를 구입한다.
집에 와서 밤새도록 영화를 보던 그는... 마지막으로 제목이 없는 영화를 보던 중에 앞이 안 보인다며
자신이 눈이 실명을 한 것 같다고 다급하게 옛 여자친구인 뤼시 엔벨에게 연락을 한다.
전화를 받은 뤼시는 딸이 아파서 병원에 있었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구급차를 보내주고..
그에게서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는다.
형사인 그녀에게.. 자신이 보고 있던 영화와 그 필름을 분석해줄 사람을 소개한 뤼도비크..
여러 검사를 통해 눈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정신적 충격이 커서 이상 증세가 나타난 것으로 판단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그리고 같은 시각... 신원을 알 수 없는 다섯 구의 시신이 발견된다. 땅 속 깊이 묻혀 있던 시신들이..
공사를 하던 중에 발견이 된 것인데.. 양손이 잘리고 두개골도 잘려서 뇌가 사라진 상태.
잔인하게 훼손된 시신들..
그리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온 범죄 행동 분석가 프랑크 샤르코...
그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어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건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인터폴 직원의 전보로 16년 전 이집트인 소녀 3명이 똑같은 수법으로 잔인하게 죽은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뤼시 역시 그 영화에 대해 자세히 탐문하던 중, 퀘백에 사는 어떤 사람과 통화를 하는데..
그로 인해 영화 필름과 다섯 구의 시신 사건이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고....
샤르코를 만나 이야기를 하지만.. 이번에도 사건의 실마리가 제대로 보이진 않는다..
샤르코는 옛날 사건을 알아보기 위해 이집트로 가게 되고..
뤼시에게 영화 필름을 복원해준 노인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데...
프랑크 틸리에... 이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들은 적이 있다.
<현기증>, <죽은 자들의 방> 이 두 작품... 언젠가는 꼭 읽어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신드롬 E>라는 작품을 통해 작가의 역량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술의 발전, 영상 매체의 보편화, 그것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
그리고 인간의 폭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극악무도한 사건들..
상상조차 하기 힘든 잔인하고 끔찍한 이 사건들과 뇌 신경과학을 함께 엮어서 작품으로 만들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의학 스릴러..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작품을 쓰기 위해 어마어마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을 모두 쏟아부은 그의 열정이 마구마구 느껴지는 책 <신드롬 E>
이 책은 처음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추리, 미스터리, 호러.. 이런 장르를 좋아해도.. 소재가 어떤 것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데..
개인적으로.. 절단, 적출.. 이런 걸 상당히 무서워하는 편이라..
읽는 동안 잔인하게 죽은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무섭게 느껴졌고..
상상력을 자제하기 위해서 한 박자씩 쉬어가며 천천히 읽었던 책이다.
잔인하게 죽은 사람들.. 그리고 거리낌 없이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
사건을 접하면서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고..
진짜 범인은 누구이고.. 영화필름과 사건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왜 16년이 지나서.. 또다시 사건이 일어난 것인지.. 절대 악 <신드롬 E>는 무엇인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라서 무서워도 끝까지 읽게 되는 책.
그리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샤르코와 뤼시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인 책이다.
형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은 잘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형사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내면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수많은 사건 현장 속에서.. 사람의 죽음을 보면서.. 그들의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
어쩔 수없이 점점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에서.. 가정의 파괴와 단란한 가족을 잃게 되는...
잠깐잠깐 고뇌하는 장면들이 너무나도 안타깝게 느껴지고..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샤르코와 뤼시가 함께 한 첫 번째 이야기.. 사건은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재밌었다.
이 두 사람의 두 번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 책은 이미 영화화가 결정되었고 <블랙 스완>의 시나리오 작가가 각색을 맡았다고 한다.
나는 다소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지루하지 않은 소설이라.. 영화가 나온다면 보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