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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 쌀 재난 국가
  • 이철승
  • 15,300원 (10%850)
  • 2021-01-25
  • : 2,416

처음 '쌀 재난 국가'의 제목을 접했을 땐 한국인의 주식인 쌀에 대한 이야기로 환경과 관련한 쌀생산의 문제로 보았었다.

그러나

책을 접하며 밀과 쌀을 각각의 주식으로 생활하는 지역적 특성이 만든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이야기임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되었다.

읽히는 부분부분마다 공감하며 메모하고 밑줄을 그으며 새로운 지식적 내용을 접할 수 있는 유익한 책이었다.

 

프롤로그와 총 6장으로 구성된 책은

먼저 프롤로그에서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을 간략하게 이야기해주어 읽기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또한 벼농사  체제가 남긴 일곱 가지의 유산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모습이 만들어졌음을 알려주고 있다.

1장 동아시아 국가의 기원 - 벼농사 체제의 출현과 재난의 정치

2장 벼농사 생산체제와 협업 - 관계 자본의 탄생

3장 코로나 팬데믹과 벼농사 체제

4장 벼농사 체제와 불평등의 정치심리학 - 왜 한국인들은 불평등에 민감한가

5장 연공제와 공공성의 위기

6장 벼농사 체제의 극복

을 통해 벼농사 체제를 통해 형성된 정치, 경제의 이야기도 인상깊었으나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해 동아시아인들이 타 지역인들보다 비교적 성공적인 대응을 이루는 요인으로 제시된 내용은 일견 수긍이 가는 이론이었다.

 

이 책이 주장하고 있는 또한 저자의 지난 화제의 책 '불평등의 세대'와 같이 현대 한국인들에게 불평등이 갖는 의미, 불평등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의 원인으로 본 벼농사체제의 마을 중심이론은 너무도 명확한 지적으로 읽혔다. 경제의 기반이 벼농사에서 기업중심으로 이동하는 근대에 이루어진 기업의 연공제, 그리고 이후 다른 체제로의 전환을 이루지 못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청년실업과 여성노동의 문제까지 다양한 불평등의 줄기를 엮어내는 이야기는 사회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었다.

 

전체 책의 구성은 논문처럼 딱딱하지만 내용은 더욱 명확하여 읽고 배우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었다.

현대 한국 사회의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문제, 지나친 명문대우선 및 지방대에 대한 불평등, 임금체제로의 연공제, 여성과 돌봄 노동에 대한 가치절하, 갈수록 심각해지는 부동산 문제까지 이 시대가 안고있는 많은 불평등의 문제를 저자는 쌀, 재난, 국가라는 3개의 언어를 중심으로 명확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그 대안적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우리는 이 불평등의 원인으로 제시되는 쌀, 벼농사체제 중심의 삶을 살고 있고 매 끼니를 그것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불평등의 원인을 찾고 그 대안적 노력을 제시해 줌으로 한국사회의 흐름에서 양극화가 심각해진 이 시대에 조금은 기회를 주고 정상적인 분포를 만들어 가는 한 제안으로 읽히는 점에서 유익하다.

 

한편으로 아쉬운 점은 그림으로 주어진 자료들을 굳이 세로읽기로 제시하여 작은 크기를 유지했을까 하는 것이다. 책을 가로로 돌려서 보더라도 조금 큰 그림으로 읽혀졌으면 좋았을 듯 하다.

 

불평등의 늪에 빠져 원인을 찾고 변화를 위해 노력해보고자 하는 독자에 권한다.

 

(문학과지성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으며 개인적인 의견으로 나눕니다.)

 

동아시아인들이, 중국인들이(브로델의 표현대로) 쌀에 갇혔다면, 한민족은 벼농사에 대한 집착을 생태적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까지 밀어붙였다. 벼농사에 대한 집착은 한민족 정체성이 물질적 토대인 것이다.- P60
맘을 안 먹어서 못 할 뿐, 동아시아인들은 맘만 먹으면 윈드밀 덩크슛 빼고 남(서구)이 하는 것은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폰이나 테슬라를 처음 생각해내지 못해서 문제일 뿐이다.- P156
결국 동아시아인들이 발전시킨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축은 서로 간섭하고 싫은 소리를 해야 서로가 사는, 협업과 조율 시스템이다.-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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