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의 여행 매뉴얼
향단 2021/06/22 22:31
향단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 홀리 터펜
- 15,300원 (10%↓
850) - 2021-06-10
: 747
점점 환경의 위기가 눈으로 보이고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하고, 전 지구적 감염병이 일상까지 바꿔놓으면서 어쩌면 마지노선까지 닥쳤을 지 모른다는 현실을 깨닫게 됐다. 많은 기업이 제로웨이스트, 채식을 트렌드이자 컨셉으로 꼽으면서 소비자로서의 나 또한 친환경적인 삶에 좀 더 관심을 쏟고 있는 요즘이다.
'친환경적인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친환경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것을 더 오래 쓰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들은 후로는 예쁘지만 필요없는 굿즈(예를 들어 알라딘 굿즈ㅠㅠ) 구매도 최근에는 자제하려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이런 태도가 완전히 뒤바뀌는 순간이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났을 때다. 여행지에서는 최대한 몸을 편하고 가볍게 하려 일회용품을 쓰게 되고, 최대한 즐겨주겠다는 각오를 지키려 더 많이 소비하고 구매하게 되는 것. 코로나로 해외 여행이 요원해졌으니 국내에서 그만큼 더 여유롭게 쓰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는 여행지에서도 친환경적인 태도를 이어갈 수 있을지, 왜 그래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행 매뉴얼이다.
한 번의 비행으로도 대기에는 엄청난 탄소 발생하며, 패션산업만큼은 아니더라도 항공산업 역시 지구 환경파괴에 큰 일조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읽고 적잖이 놀랐다. 네이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제조, 건설, 서비스 산업의 성장보다 여행 산업의 성장이 탄소 배출량 증가에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여행의 출발과 끝을 차지하는 비행에서부터 환경 문제가 크다니 충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선진국 입장에서만 할 수 있는 문제제기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흔히 개발도상국이라 불리는 나라 혹은 지구의 수많은 마을 중에는 관광산업이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이 엄청난 지역도 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실제 현황을 보면 사람들이 붐비는 유명 관광지는 사실상 지역 경제에 큰 보탬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오히려 '과잉관광'으로 현지인의 삶을 침해하는 등의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다. 결국 책에서 강조하는 건 여행의 전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조금이라도 덜고, 현지인의 생활을 지속하게 하는 '불편함'을 기꺼히 감수하자는 것.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덜 알려진 관광지 선택하기
- 최대한 한 자리에 머물러서 현지인처럼 여행하기
- 최대한 탄소 발생이 적은 이동수단 선택하기
- 지역 경제를 살리는 숙박, 식당, 소비하기
소수민족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나 다크투어리즘처럼 해당 나라나 민족에 대한 관음적 시선을 지양할 것 등등 여행자의 윤리에 대한 것도 짚어줘서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사이트나 기업 추천, 여행장소 추천도 많아서 확실히 매뉴얼 같은 느낌이 큰 책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행 계획 세울 때 사전처럼 옆에 끼고 틈날 때 펼쳐봐도 좋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은 해외 사이트나 정보 위주라 한국인 여행자에게 맞는 추천은 적다는 것.
그래도 당장 국내 여행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는 것을 하다보면 점점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겠지. 판데믹 상황이 끝나고 여행이 재개될 날이 더욱 기다려진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