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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의 책방
  • 근미래의 풍경
  • 장강명
  • 15,300원 (10%↓850)
  • 2026-10-19
  • : 2,740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1990년대 초에 개봉한 영화 〈BACK TO THE FUTURE〉. 타임머신을 타고 2015년의 미래로 이동한 모습이 그려졌다. 실제 2015년이 되었을 때, 과거 영화 속의 묘사와 현재가 어떻게 같고 다른지 비교한 것이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던 미래의 모습이 실제로 현실화되기도 했으니, 지금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도 그때가 되면 일부 현실이 되지 않을까.


최근 몇 년 새에 큰 화제가 된 AI 기술. 챗 GPT로 리포트 작성이나 번역 등에서 도움을 받기도 하고, 생성형 이미지나 딥페이크 영상 제작 등 실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화되었다. AI 기술의 적용 범위도 점점 확대되어 미래에는 많은 직업군이 사라지게 된다는 전망이 있을 정도이다.


과연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AI 기술이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약속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간편해진다는 것을 이유로 ‘인간만의 고유성’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SF소설 하면 손꼽히는 작가 장강명이 신작 《근미래의 풍경》을 통해 기술이 삶과 사회를 바꾸는 순간을 담아냈다.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기술이 아니라 실제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상상들 속 장면들을 짧은 소설로 엮었다. 편리할 것 같은 기술, 인간의 부담을 줄여줄 것 같은 기술이 현실이 되었을 때 과연 변질되는 가치는 없을까? 이 변화하는 풍경이 나에게 어떤 체감으로 다가올지, 그 답을 책을 읽는 독자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통해 찾게 한다.


많은 부분에 있어 GPT의 도움을 받는 지금의 모습을 시작으로 디지털 초상권, 인공 자궁, 멸종 생물의 복원, 디지털 아바타, AI 직원 등의 소재는 분명 간단하고 편리한 기술인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묘한 불편함과 한계를 마주하게 한다. 인간다움이나 융통성을 느낄 수 없는 ‘학습된 대로’ 움직이는 AI의 단점이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뒤로 한 채 삭막하게 단절되는 관계를 마주하며 씁쓸하기도 했다.


출산을 하다가 생명을 잃는 산모나 아이, 직접 직원을 마주하거나 통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적 클레임 등을 생각하면 인공 자궁 서비스나 AI 직원은 장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학습된 데이터만으로 환자의 상태나 문의에 응대하느라 서로 간의 유대나 공감을 잊게 된다는 건 과연 ‘누구를 위한 기술 개발인가’라는 의구심을 들게 하기도 한다.


기술 개발을 활용하되 여기에 잠식되거나 휘둘리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러면서도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어떤 선택과 답을 내릴지 한순간에 결정할 수는 없을 터. 다양한 가능성과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을 담아낸 이 책은 픽션이지만 언젠가의 현실이 될 것 같고, 그렇기에 더 가벼운 마음으로만 읽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변화한 미래가 과연 모두에게 행복을 안겨줄 것인가 묻는다면 그것은 절대 아니다. 기술에서 배제된 그리고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도태되는 사람이 될 것이고, 아무리 이 기술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하더라도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훼손된다면 아무리 좋아 보이는 기술이라 하더라도 사용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자연임신이 불가능한 사람이 많아 입양밖에 방법이 없었다면, 이제는 인공수정 등을 통해서 ‘난임은 있어도 불임은 없다’는 시대가 되었다. 시험관 시술 역시 처음에는 인공적으로 생명을 만든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비판이나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 내 몸이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힘들지 않기 위해 할리우드 배우들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는 경우도 많아지며 인식이 바뀌게 된 것이다.


지금은 인공 자궁이라는 것이 굉장히 비인간적이고 모성애를 지우는 기술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유전적인 결함으로 인해 임신이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자 기다리는 기술일 수도 있다. 꼭 직접 낳아야만 모성애가 생기는 걸까. 임신을 여성만 할 수 있지만 아빠 역시 직접 출산을 하지 않았지만 부성애가 생기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아이를 둔 엄마도 키우면서 모성애가 생길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책에서 보여주는 미래의 모습은 옳고 그름을 따지고자 함이 아니다. 나타날 수 있는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제시하되,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과 잃을 수밖에 없는 점을 고루 보여주며 기존의 가치를 바꾸더라도 기술을 도입할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삶에 만족할 것인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피식 웃음 짓게 하는 이야기도, 조금은 뜨끔하게 되는 이야기도, 어떤 이야기는 ‘이 정도 기술은 괜찮은 것 같은데’ 싶은 생각도 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근미래의 풍경을 예측해 보는 재미가 있기도 했다. 분명 픽션이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는 현재의 기술 개발과 맞닿아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이 책을 펼쳐 보았을 때, 영화 〈BACK TO THE FUTURE〉와 현재를 비교했듯 지금의 생각과는 또 다른 새로운 마음을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랑과 우정, 돌봄과 애도까지 기술이 대신해 주는 사회. 사회의 가치와 권력까지 재편될 그 모습이 과연 어디까지 현실이 될지, 그 안에서 내가 후회하고 되돌리고 싶을 가치는 없을지 궁금해진다. 편리하되 인간다움은 잃지 않기를, 그럼에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꼭 쥐고 있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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