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종영한지 한참이 지났지만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자주 회자되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그중 기억에 남는 회차 중 하나는 과거에서 온 사람의 콘셉트로 길가의 시민들을 만났던 장면이었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오?”라는 출연진의 질문에 어떤 사람이 “회사원이오.”라고 답했고, “회사원이 뭐 하는 사람이오?”라는 재질문에 “노비요.”라고 대답해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었다.
요즘은 스스로를 시대의, 혹은 사회의 ‘노예’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많다.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매일을 발버둥 치지만 손에 쥐는 것도,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새도 없이 삶은 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기만 하며 자유 따위는 사치가 된 기분이다. 작게는 입시나 취업, 사업 실패 혹은 불치병이나 질환 같은 질병, 늘 부족한 돈과 가난. 그리고 언젠가 누구나 마주해야 하지만 두렵기만 한 죽음.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받는 비난 등은 우리에게 숨 쉴 여유조차 만들어주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이 두려움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불편한 상황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좋을지 헤매는 우리들에게 《두려움 없는 삶에 대하여》는 철학가 에픽테토스 스토아 철학의 메시지를 바탕으로 현대에도 적용할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에픽테토스는 서기 55년 경 태어나 노예로 살다가 해방된 뒤 철학을 가르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사상은 ‘의지’에 초점을 맞춘 철학으로, 살아 있는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쓰지 않았지만 그의 강의를 담은 제자의 저서 《담화록》과 《편람》을 통해 가르침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 책은 담화록 1~4권부터 편람과 단편까지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을 모두 담아, 그가 전하고자 하는 스토아 철학의 진수를 한 권에 만나볼 수 있다.
에픽테토스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보다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 집중하라는 실천적 지혜를 전한다. 보통 ‘철학’하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기 쉬운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평정심의 유지, 내면의 자유를 지키는 삶을 강조하며 보다 현실적으로 와닿는 내용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의 결과보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행동에 집중할 것, 원하는 것을 줄이고 내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살피되 내가 느끼는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을 것 등의 메시지는 외부 조건을 바꾸려 하기보다 판단과 선택을 바로잡는 삶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다.
책은 이론적인 설명 보다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 앞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이 일은 지금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인가? 혹은 지금 내가 하는 해석이 나를 더 현명하게 만드는가 등 스스로가 자신의 판단과 행동을 계속 점검하며 객관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도록 도와준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 일은 나의 기분이나 상황에 치우쳐 감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나에게 달린 것과 아닌 것을 새로이 규정하는 그의 철학적 가르침은 시대를 넘어 현재에도 유효한 메시지라 되리라 생각한다.
에픽테토스가 전하는 스토아 철학은 어떻게 사는가에 무게를 둔다. 인간의 영역을 판단·충동·욕구·회피와 같이 나에게 달린 것과 건강·재산·명성처럼 나에게 달려있지 않은 것, 즉 외부 요인에 좌우되는 것으로 나눈다. 그동안 건강과 재산, 명성 등은 나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의 규정은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이런 영역의 규정을 바탕으로 진정한 자유는 신분이나 환경이 아니라, 나의 선택과 반응을 다스리는 데 있다고 보았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어 결과보다 준비와 실행에 집중할 것을,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에 붙인 평가가 고통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상대의 말이나 상황을 곧바로 확대 해석하지 않기를 권한다. 또한 감정에 좌지우지되기 쉬운 상황에서도 감정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는 평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불안에 올라올 때 판단과 그 이후 행동 사이에 거리를 두라는 조언은 철학을 넘어 일상생활은 물론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공동체에서의 올바른 행동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관계와 사회 속에서도 책임 있는 선택을 할 것, 철학을 지식이나 이론으로 생각하며 멀리하고 어렵게 생각하기보다는 매일 나의 판단과 욕망을 점검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이 될 것이다.
방대한 양의 책 두께에 읽는 데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촘촘하게 들어간 각주와 특별 해석 덕분에 한결 이해하기 좋았다. 에픽테토스와 스토아 철학의 이론적인 개념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향을 짚어주고, 실제 삶에서 마주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따라 구분되어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펼쳐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든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안감은 우리가 스스로를 ‘노예화’하며 ‘자유의지’를 지우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그 사건의 견해라는 에픽테토스의 명제, 노예 신분이라는 한계 절름발이라는 육체적인 고통 속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며 외부의 폭력에도 판단과 태도를 지켜나간 그의 삶 자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할 수 있는 자세를 배우게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끝내 내 몫으로 남는 자유. 그것을 얻어내는 데는 환경도, 타인도, 그 어떤 요인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결국 내 마음 안에 답이 있다는 것.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에게 속한 것에 집중하고, 나에게 속하지 않은 것은 내려놓을 때 고통받지 않을 거라는 어쩌면 이 단순한 진리를 왜 그동안은 몰랐을까 싶다. 걱정 부자인 내게,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고 괴로워할 때마다 좋음과 나쁨 마저도 오직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으며 결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님을 역설하는 에픽테토스의 지혜는 생각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집착과 에너지 낭비를 줄이며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매달리기 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에 집중하자는 다짐을 잊지 말고 자주 되새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