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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의 책방
  • 철학은 어떻게 불안을 이기는가
  • 박은미
  • 16,650원 (10%↓920)
  • 2026-08-13
  • : 1,520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철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언가 복잡하고 어려우며, 이론적으로는 그럴싸해 보이는 얘기이지만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뜬구름 같은 이상이라고 생각해왔다. 철학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지혜를 사랑한다는 뜻의 그리스어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유래한 용어라고 한다. 세상의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판별하는 학문인데, 무엇 때문인지 오히려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관념처럼 느껴진다. 나 역시도 철학에 대해 이러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유명한 철학자들이 전하는 명언이나 가르침을 접할 때에도 크게 마음에 공감을 얻거나 이를 되새기지 못했다. ‘쾌락’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이름은 들어보았어도, 그가 추구하는 쾌락의 정의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욕구’를 지향하는 것이라 곡해해온 것이다.


이렇게 오해하기 쉬운 철학에 대해, 철학자 박은미는 《철학은 어떻게 불안을 이기는가》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철학이 마음의 근육을 튼튼히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수많은 불안, 두려움과 즐거움을 바라보고, 철학을 통해 이유 모를 근심에서 벗어나 무엇으로 삶을 채울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철학가 에피쿠로스의 말을 바탕으로 나라는 개인에서 시작해 너라는 타인까지 도달하는 여정을 통해 인생의 지혜, 살아 있음을 기꺼이 누리는 정신의 즐거움을 일깨운다.


‘알아들을 수 있는 철학’을 지향하는 작가는, 어렵게만 생각하기 쉬운 철학에 대해 이론이나 개념을 나열하기보다는 책을 읽는 독자 스스로가 철학적 사유에 가닿을 수 있는 쉽고 명료한 질문을 던진다. 타인과의 비교, 부에 대한 열망,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같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수많은 고민과 갈등, 그리고 욕망으로 떠안게 되는 근심을 철학적 관점에서 풀이하는데, 내가 쫓고자 하는 그 많은 욕구가 정말로 내가 원하는 ‘진짜 욕망’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다 보면 어느새 불안을 넘어 타인과 사회를 신경 쓰느라 집중하지 못했던 ‘나’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우리는 타인의 삶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SNS 세상 속에서는 불안을 느끼는 이들이 없이 나를 제외한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 그래서 금전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 주눅 들기도 하고, 뛰어난 외모나 실력·커리어를 가진 이들의 화려한 삶에 나를 비교하며 보잘것없는 스스로를 마주하기도 한다. 비교가 삶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단편적으로 보이는 모습에 ‘다들 이렇게 사는데,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 하고 타인의 기준으로 행복을 재며 불행한 매일을 이어가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이러한 인간의 딜레마를 이미 꿰뚫고 있었다. “자연스럽고 필요한 욕망은 채우기 쉽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헛되이 부풀린, 끝이 없는 욕망이다.”라는 말을 통해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정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가르침을 전한다. 책은 약 2,300년의 세월을 관통하며 수많은 이들에게 검증된, 대표적인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진 욕망에 대해 재정의 하고,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크게 책이 전하고자 하는 가르침은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가짜 욕망과 진짜 욕망을 구분하자. 둘째, 소박하게 살 때 풍요를 누릴 수 있다. 셋째, 알 수 없음의 공포에 압도되지 마라. 넷째,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누리자. 이 네 가지 메시지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의 개념을 우리의 일상으로 끌어오며, 내가 부족하게 느끼는 결핍을 나의 부족함이 아닌 잘못 이해한 욕망에 초점을 맞춘다. 겉으로 드러난 욕망을 그대로 나의 욕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의심하고 마음속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불안의 구속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욕망의 진정성을 점검하고 마음의 목소리와 충동을 살피며, 괴로움의 근원을 탐색하고, 자기 내면에서 타인과의 관계로 확장되는 공존의 삶으로 나아갈 때 개인의 평온은 물론 공동체의 행복에 가닿을 수 있다는 책의 메시지는 복잡하다 오해했던 철학이 얼마나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었는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책은 에피쿠로스를 단순한 쾌락주의자로 보기보다, 근거 없는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 평온하게 살아가는 법을 제시하는 철학자로 재조명한다. 개인의 마음을 돌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을 알아차리고 더 나아가 타인과 존중하며 공존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이끌어주는 가르침은 내가 가진 불안을 없애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과거의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가진 욕망을 제대로 구분하고 행동을 성찰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그동안은 내가 가진 능력을 끌어올리거나, 가진 것이 많아진다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왔다. 불안감이나 근심, 누군가에게 뒤처지는 기분을 ‘내가 부족한 탓’이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살아가면서 느끼는 대부분의 불안의 바탕에는 내가 느끼는 욕망을 오해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갖고 싶은 것을 가지지 못해 느끼는 박탈감이나 우울감은 어쩌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비교로 인한 ‘가짜’일 수도 있다는 것, 그렇기에 내가 원한다고 믿는 가치를 추구하기 이전에 그것이 정말 내가 바라는 것인지 살펴보는 습관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것을 쫓고자 하는 충동 이전에 잠시 멈춰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성찰하는 습관, 그리고 순간적인 욕구에 휘둘리기 보다 지속 가능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인지 구분하는 법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 같다. 막연한 불안감에 휘둘려 순간적인 판단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기 보다 괴로움의 원인을 제대로 직면함으로써 평온함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의 기본에는 ‘나’를 헤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이 책이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한다.


그렇게 나를 제대로 이해한 후에 타인을 받아들이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때, 개인의 안녕은 타인과의 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 수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매일을 불행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런 긍정의 마음은 앞으로를 살아가는 데 있어 나아갈 힘이자 방향을 일러주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삶에 불만족을 가진 사람이라면, 착각하기 쉬운 ‘욕구’를 올바로 해석해 삶을 즐거움으로 이끌어주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야를 깨우고 도움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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