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도치의 책방
  • 아직, 도쿄
  • 임진아
  • 17,100원 (10%↓950)
  • 2026-07-06
  • : 2,075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매일같이 보는 익숙한 풍경에서 벗어나

낯선 나라로의 여행을 계획할 때면

'이왕에 간 김에' 하는 욕심이 생겨

SNS에서 유명하거나 좋다는 곳들을 추려

여행 일정에 꾸역꾸역 집어넣게 된다.


그렇게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떠나도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면 변수는 생기기 마련.

낯선 타국, 잘 통하지 않는 대화로

더듬더듬 계획했던 장소들을 찾아가 봐도

어딘가는 줄이 너무 길어서,

혹은 영업시간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예상치 못하게 휴무로 문을 닫거나

기대만큼 감흥이 떨어져 실망하곤 한다.


하지만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한가득 피로가 쌓여 적당히 찾아간

숙소 근처의 작은 동네 식당이나 카페,

소소한 길거리의 상점에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계획하지 않았기에 기대도, 실망도 없고

우연히 그곳에서 내가 좋아할 만한

작은 포인트를 발견하면

어릴 적 보물 찾기에 성공했을 때처럼

가득 찬 행복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아직, 도쿄》라는 이름으로

언젠가 가보고 싶은 도쿄의 플레이스를

하나 둘 모아두었다가,

느릿느릿 자신만의 속도로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자신만의 작은 즐거움을 찾아낸 임진아 작가.


관광책자나 누구나 알법한 핫 풀이나

관광 스폿이 아니라,

동네 서점, 지하철역의 오픈 식당,

혹은 애써 멀리 나가야 하는 전시 등

일반적인 여행의 테두리와는 다르지만


일상과 겹쳐진 듯 카페의 케이크 한 조각,

문구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펜이나 퍼즐,

사람 세 명이 겨우 들어갈 법한

상점에서의 시간을 기록한 작가의 여행기는

기존에 알고 있던 여행의 재미를

다른 방향으로 확장시키며

'나도 떠나보고 싶은 여행'을 꿈꾸게 했다.


책은 도쿄의 상점, 카페, 식당, 산책, 책방 등

다섯 개의 테마로 자신만의 여행 스폿을

찬찬하게 소개해나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제는 문을 닫은 곳도,

잠시 휴업으로 쉬어가는 곳도 있고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곳도 존재한다.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 찬찬히

도쿄의 숨겨진 작은 즐거움을 만끽하다 보니

'아직' 미처 겪지 못한 즐거움이 가득할

도쿄의 매력은 물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이곳에 대한 향수까지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일본 여행하면 많이 찾는 도시인 도쿄를

며칠만 다녀가는 여행지로서

'이곳에 오면 해야 할' 리스트를

바삐 쫓는 것이 아니라,

길을 둘러 멀리 나가는 번거로움을

부러 감수하는 수고스러움을 더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나를 감동시키는 여행으로 만드는

남다른 시선의 이 기록들은

여행에 대한 두근거림을 생겨나게 했다.


나의 여행을 되짚어 보기만 해도

세운 계획대로 움직이느라,

어떤 때에는 패키로 예약했기 때문에

궁금한 가게가 있어도 스쳐 지나가며

아쉬워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때로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

헤매느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우연히 발견한 동네의 작은 식당에서

평범한 가정식에 생맥주를 곁들이며

'이게 진짜 여행이지' 감탄하며

그 어떤 여행지에서의 기억보다

그때의 만족감이 더 큰 추억으로 남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몸을 움직여 내가 좋아하는 일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작가의 용기는

앞으로 어떤 여행을 할 것인가,

혹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시야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때로는 혼자 도쿄의 곳곳을 돌아보며

차분하게 마음속의 감정에 집중하고

좋음이 확정된 곳에서

고요히 고여 그곳에 어우러지는 시간이

대단한 여행 스폿은 아닐지라도

그 어떤 것보다 진한 '도쿄의 맛'을

느끼게 해주지 않았나 싶다.


여기에서는 꼭 무엇을 해야 한다,

여기에 들렀으면 이건 먹어야 한다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느긋하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내는

현지인들의 생활에 나를 데려가는 것.

아쉬움이 남더라도 '아직' 남아있을

다음의 여행을 위해 때로 발걸음을 멈추는 것.


그런 순간순간의 여운,

현재에 충실해 도시를 구석구석 탐닉하는

작가의 '생활하는 듯'한 여행이

잔잔하지만 너무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만약 도쿄를 여행하게 된다면,

작가가 소개한 곳들 중 내 취향에 맞는 곳을 골라

한 번쯤 꼭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꼭 도쿄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여행할 때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만끽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나를 감동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소소한 다짐이 들기도 했다.


어떤 이야기이든 말하는 사람의 경험,

그의 생각이나 보고 들은 것에 따라

그 표현이 달라진다고 한다.


작가가 그려낸 '평범하지만

그 안에서 발견한 내가 좋아하는 것'처럼,

내가 방문할 도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나조차 확실하게 모르는 나의 취향,

나만의 좋음이 무엇일까 궁금하게 하고

또 이를 발견할 수 있는 여행을

꿈꾸게 하는 설레는 독서였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