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서재, 201호
  • 수상한 라트비아인
  • 조르주 심농
  • 8,820원 (10%490)
  • 2011-05-20
  • : 1,218

2년 전 여름, 처음 알라딘을 만났다. 서면에 갈 일이 잦아지면서 부산에 딱 한 군데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도 발길을 자주 하게 되었다. 이전부터 궁금했고 가보고 싶었지만 굳이 '거길' 들르기 위해 서면에까지 발걸음을 하는 것이 번거롭게 생각되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었다.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사실 크게 인상적인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그냥 중고책 서점이네, 생각보다 책 종류가 많지 않네, 단조롭다. 이 정도 감상이었다.

 

이 책을 만난 날은 무엇이 달랐던 건지 모르겠다. 그 때 왜 서점에 들어갔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이 어디에 꽂혀 있었는지는 생생하다. 시리즈로, 다른 책들과 함께 있었는데, 작고 예뻐서, 그런데도 세련된 느낌이 들어서 눈에 확 들어왔었다. 별다른 뜻은 없었다. 그냥 그런 겉모습에 끌렸고, 처음 보는 작가였는데 이름이 특이해서 마음에 들었고, 때마침 여윳돈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여러 권 중에 1권과 2권을 사서 집에 돌아왔다. 책을 사서 설렜던 기분이 참 오랜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집에 돌아왔을 때의 그 에어컨 바람, 덕분에 시원했던 실내의 공기가 아직 생생하다. 저녁을 먹은 후에 적당히 나른한 기분으로 펼쳐든 책의 종이는 적당한 노란 빛, 노리끼리한 빛을 띠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책에 빠져들었다.

 

지금 이 리뷰를 쓰고 있는 건 순전히 내가 너무 짜증이 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근 2주 동안의 나는 마치 우울증 환자처럼 모든 일에 의욕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못하는 것인지 안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 서재에 첫 글을 남기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글을 쓰고 싶었고, 책에 대해 생각하고 싶었고, 나중에도 내가 후회하지 않을 곳에 기록하고 싶었다.

 

요즘 정신없이 나를 몰아대는 일정에 책을 읽지 못한 욕구불만인가 보다. 책으로 위로받던 내가 책을 읽지 못하게 되면서 극도로 우울해졌나 보다. 나는 겉으로는 부정하고 있지만 마음 속 깊이 열심히 끄덕이는 내가 있다는 걸 안다. 팔을 채 다 뻗지 않아도 닿을 거리에 책이 '읽어달라'며 기다리고 있는데도 차마 손을 뻗지 못한다. 그러다 너무 푹 빠져 버리면 헤어나오기가 힘들 것 같아서. 자꾸 깔짝거리면서 간만 보는 내가 싫어서일 수도 있고.

 

글을 쓰면 시작보다 마무리가 어렵다. 그러니까 그냥 이렇게 끝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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