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현이 쓴 『어느 날, 백수』를 읽고
50대에 직장을 퇴직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고 한다. 나도 한국 나이로 52세, 만으로 쳐도 51세다. 아마 나도 길어봤자 몇 년 안에 퇴직하게 될 것이다. 당장 올 6월 말에는 편집국장 임기를 마치게 된다.
이런 시점에서 정운현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이 쓴 『어느 날, 백수』(비아북, 1만 3000원)를 읽었다. 저자 정운현은 개인적으로도 잘 알고 존경하는 언론계 선배이자 내가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해준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정 선배는 만 49세 때 한국언론재단 연구이사로 있던 중 이명박 정권에 의해 강제로 쫓겨났으니 지금의 내 나이보다 3년이나 이른 나이에 실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실직한 중년이 망가지지 않고 당당하고 품위있게 사는 방법들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고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띠지에 적힌 문구처럼 '쪽팔림을 무릅쓰고 쓴 '50대 서생'의 백수생활 분투기'다.
나도 멀지 않은 시기에 지금의 직장을 퇴직해야 할 입장에서 정말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 시점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을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퇴직한 뒤에 읽기보다 지금 읽어둔 것이 훨씬 미래에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물론 퇴직 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읽어도 금과옥조와 같은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이 책은 이미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둔 40대, 50대, 60대의 필독서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특히 저자가 언론인 출신이자 역사학자인만큼 '서생 백수'(저자의 표현)들에겐 정말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정 선배가 왜 미리 실직에 대비해 석·박사 학위 등 대학강단에 설 수 있는 준비를 해놓지 않았는지 궁금하면서 안타까웠다. 이 정도의 저술과 연구 업적이라면 웬만한 대학 교수 자리 정도는 충분한데도 말이다.)
책은 정말 단숨에 읽었다. 판형도 적당하고 쪽수도 207페이지 정도라 부담이 없을뿐더러 특유의 쉽고 편안한 글쓰기 덕분에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