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까지 포함해서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거의 모든 작품을 읽었다. 보통은 삶에 휴식이 필요할 때 에쿠니 가오리를 읽기 때문에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이나 신작은 아끼고 아꼈다가 읽는 편. 최근 다시 독서에 불이 붙고 있어서 휘발류 역할로 아끼고 아끼던 [여행 드롭]을 손에 집어들었다. 강아지 집사 생활을 시작하고 흔치 않은 여유로운 시간에, 흔치 않은 여유로운 마음일 때 찬찬히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단 두 번 만에 (실질적인 기간은 9일이지만) 후루룩 읽어버렸다.
-에세이는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도 싫어하는걸 넘어서 혐오하는 편이다. [여행 드롭]은 여행에 관한 에세이 집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이 작품을 읽은게 아리송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집은 사랑하는 편이다. 그녀의 삶이 궁금하기 때문에. 그녀가 하는 여행 이야기를 듣는 것도 나에게는 물론.
[여행 드롭]은 에쿠니가 여행지에서 얻은 경험이나 느낌은 물론 일상에서 한 발짝 멀어졌을 때 느낀 여행의 기분과 느낌이 가득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그때를 떠올리면 부끄럽다. 하지만 왠지 웃음이 나오는 기억이기도 하다.˝ -27p
˝여행지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시간과 더불어 잊고 마는데, 왜일까, 동물들은 잊히지 않는다.˝ -124p
나는 여행을 싫어한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마치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고,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온갖것들이 다소 궁금해지기도 했다. 더해서 일상에서 한 발짝 벗어나 ˝여행의 기분˝을 쉬이 느낄 수 있다는 점과 내가 모르고 스쳐지나온 일상의 특별함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감성과 스토리 (어쩐지 불륜의 감정을 옹호하는 듯한 내용)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가이기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임에도 쉬이 추천하지 못했었는데,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여행을 맛보고 싶다면, 잠깐의 쉼을 가지고 싶다면.
잊고 있었다.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 만으로도 또 하나의 여행이 된다는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