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아내를 추적하는 이야기라는 설명에 호기심이 생겨 읽기 시작했다.그리고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느껴지는 긴장감이 마음에 들었다. 아내는 왜 사라졌을까.남자는 아내를 찾아 낼 수 있을까.. 그러나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 작가가 파놓은 거대한 함정에 빠져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리고 이야기 속 미로에 한 번 더 빠져 들었다.아니 빨려 들어갔다는 표현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읽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었으니까...
아내 뤼야가 사라졌다.그런데 그 순간 사촌 제랄도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혹시..두 사람은 함께 사라졌을까.. 작가는 독자의 이런 뻔한 상상을 예견한듯,조금의 틈도 주지 않는다. 애초에 이 소설은 뤼야와 제랄이 함께 사라졌을까..에 대한 질문을 허락할 생각이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제랄이 쓴 칼럼을 따라 가면서 이스탄불의 정치,역사 문화 골목길의 모습에 더 집중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이 내 시야로 들어왔다.사라진 아내를 찾으려 했던 갈립은,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하고, 제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우리는 보통 상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이 질문에 숨은 의미를 찾아 보자면,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서,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뜻이 된다. 아내가 떠난 이유를,아내에게서 찾지 않으려는 생각..은 사실 쉽지 않다. 그때부터 나는 계속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기는 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 것 같다. 머리가 몹시도 아플수 밖에..
1권이 끝나가는 순간까지도 뤼야와 제랄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파묵선생의 미로가 불친절의 끝판왕 같은 느낌이 들정도다.그럼에도 기꺼이 2권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들이 어디로 갔을까는 이제 궁금하지 않기 때문이다.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 갈립이 마지막에 가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지가 더 궁금해졌다. 아직 소설의 절반을 읽었을 뿐이다. 제목을 '검은 책'으로 정한 이유에 담긴 의미가, 우리가 인생을 읽어낼 수 없다는 걸 은유한 건 아니였을까 하는생각을 했다. 명확하게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