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프다' 의 사전적 정의는 물건이나 돈을 아끼지 않고 함부로 쓴다는 뜻이다. 소설에서도 초반부 이런 느낌을 받았다. 어머니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이 온갖 미신과 기괴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상주를 위로하는 말 처럼 보이지만, 뭔가 알맹이는 빠져 있는 느낌 ..헤픈행동과,말들이 남무하는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만약 끝까지 헤픔에 대한 부정이 소설을 이끌어갔다면 싱거웠을 텐데, 이 짧은 이야기에 뭉클한 감동이 담겨 있었다.
"엄마는 봄날처럼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같이 여행할 수 있으니'
그러자 심장이 두근 하고 뛰었다. 상처가 다 봉합되며 마음이 뭉근하니 따뜻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회의가 밀려들었다.
이것은 한낱 꿈이다.내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망상에 불과하다.
어쩌다 엄마가 내 환몽의 여행지를 입에 담았을지 궁금해하다 떠올린 하나의 해석본에 불과하다"/66~67쪽
사람들이 떠들어 대는 미신에 가까운 말과 행동들은 헤픈 것들이라 생각했다.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주은은 자각몽을 꾼다. 생전에 가보지 못했던 엄마와의 여행을 하면서,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로 위로 받을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헤프게 보이는 것들이 상실감을 채워주는 역활을 해 줄 수도 있다는 경험(아니 체험) 저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어서 잠깐 소설이란 생각을 잊었더랬다.
막 읽기 시작했을 때는 '헤픈 것'들이라 읽으면서 혐오스러운 말들을 생각했더랬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들은,모두 헤픈 말이라고 단정해버린거다. 그런데 진실이 담긴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이라면 헤퍼보일수..있어도, 결코 헤픈말이 아닐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전제가 붙어야 한다. 그것은 모두에게 '참말'은 아닐수 있다는 사실^^
"아 의미 부여하지 마라.거짓말이란 뜻은 아니고 참말이다.그런데 나한테만 참말이다.너한테는 아무 의미도 없다.무슨 말인지 알겠냐,됐다.몰라도 된다"/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