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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정원
  • 전날 밤
  •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 16,200원 (10%900)
  • 2026-03-25
  • : 1,080

슈빈과 베르세네프에 대한 세세한 묘사로 소설은 시작된다. 해서 당연히 두 남자를 통해 러시아 사회 속으로 들어가게 될 줄 알았다. 괴짜스러운 에술가 슈빈,진지하게 보이는 남자 베르세네프라 생각할 때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옐레나라는 여인이 보이기 시작했다.삼각관계로 이야기가 흘러갈 모양인가..라고 성급하게 판단했던 순간이다.(그랬다면, 오늘날까지 읽혀지지 않았을지도...)


슈빈은 옐레나를 짝사랑하고, 베르세네프는 옐레나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순간 그녀의 사랑은 인사로프로 향한다. 조금은 뜬금없다 싶을 정도로. 이제부터, 오독으로 들어가야 하는 순간이다. 사랑이야기 일수도 있겠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이야기란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러기엔, 옐레나가 인사로프에게로 빠지는 개연성이 너무...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그러니까 지금까지 등장한 인물들과, 그들의 성향, 그리고 관계는 구시대를 타파하고 뭔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작가의 고민은 아니였을까... 옐레나와 안나의 모습이 가장 극명하게, 그리고 너무도 분명하게 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귀족적인 삶에서 지루함을 느끼던 옐레나는, 인사로프의 용기에 자극을 받는다.그러니까 인사로프를 통해 그녀는 삶에 있어 주체적으로 살아갈 용기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된 건 아니였을까, 여전히 귀족적인 삶에 머무르는 엄마 안나의 모습과 대비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종종 예술이 구원이 될 수 있는다고 믿는다(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철학이 삶에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행동하지 않는, 예술가, 철학이라면...이란 질문을 투르게네프선생은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오랜만에 투르게네프 소설을 읽었다. 이전 소설을 읽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전날 밤>은 묘하게 싱거운 느낌이 들어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옐레나와 안나 인물에 집중하는 순간, 전날 밤에 머물러 있는 안나와 오늘을 향해 행동하려는 옐레나가 보였다. 사랑의 시선으로 인사로프를 이해하지 않았다. 인사로프를 통해 그녀는 행동하는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거라 믿고 싶었다. 아이러니한 건 책을 덮고 보게 된 영화 '비발디와 나'에서 묘하게 옐레나와 체칠리아와 오버랩 되는 느낌을 받았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겹치는 베네치아..였다. 수녀원에서 자유를 위해 나아가는 장면, 무엇보다 그녀가, 하룻밤 사이에 무엇이 달라지겠느냐고..비발디에게따져 묻던 순간이 떠올라.. 옐레나가 더 생각 났던 것 같다.  그리고 옐레나의 미래를 모호하게 그려 놓은 덕분에.... 읽고 싶어진 소설이 생겼다.

그녀가 간절히 원한건 인사로프를 향한 사랑만이 아니었을 거란 믿음...그래서 더 당당하게 스스로 개척하는 삶을 살아갔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날 밤> 다음으로 읽어야 할 책인 것처럼 등장(?)한 것 같아 놀랍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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