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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정원
  •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 (리커버)
  • 성해나
  • 11,700원 (10%650)
  • 2025-03-19
  • : 10,748

폐사지터를 찾아 다니던 때가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 곳을 왜 가느냐고 묻는 지인에게 '텅빈 충만함'이 느껴져서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열 번 을 나고죽을 때> 와 첨성대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 궁금했는데, '첨성대'를 이렇게 멋지게 표현하다니, 이론적인 첨성대에 관한 설명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사람의 수명을 백 년이라 가정할 때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어야 비로소 천 년이 흐르는 셈입니다.참으로 아득한 세월이지요? 이 탑은 그보다 더 긴 세월을 버텨주었어요. 흔들리기도 하고 기울어지기도 하면서요 대견하지 않습니까? 재건이나 복원을 거치지 않은 유일한 건축물은 첨성대뿐이라고 부연하며(...)"/88쪽


아주아주 짧은 소설이다. 

'첨성대'를 놓고 이야기를 만들어 낸. 그런데 건축이 담겨 있고, 세월(시간)이 녹아 있다. '경주'라는 도시는 경주(競走) 라는 뜻도 품고 있었다는. 과학적인 결과물로만 첨성대를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 좋았고,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높이높이 낡은 건물을 무조건 사라지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좋았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건축가보다 공간에 정주하는 사람들이 더 잘 알아. 건축이란 건 설계도 안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항상 그 바깥에서 이뤄지니까.정면으로 부딪혀야 할 때도 있지만 타협할 때도 있고 경청해야 할 때도 있는 거야"/101쪽


첨성대를 이야기하기 위해 건축이란 소재가 이야기속으로 들어온 듯 하다. 건축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는 1人인데, 얼마전 정말 독특한 카페를 찾았더랬다. 평범함 속에 어떤 특별함을 만들어낸 외관이라고 해야 할까.. 독특한 건물의 카페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따라갔다가, 홀딱 반했다. 특별한 기교가 없는 듯한데, 분명 기교가 보이고 낮에 방문할 때와 방문할 때 또 다른 공간.. 카페 실내로 들어와서도, 밖과 전혀 다른 느낌이라 놀랐던 기억.. 카페 밖의 모습만 보면, 안의 모습이 어떠한 모습일지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그런데 밖에서 이미 안의 모습까지 그려진 것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를 읽은 덕분에 경주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가서,첨성대를 찬찬히 올려다 보며 상상을 하고 싶어졌다. 첨성대와 이야기가 만나 재미난 결과물이 나올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야기는 얼마나 매력적인 도구인지에 대해 새삼 놀랐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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