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책읽는정원
  • 이단자의 상속녀
  • 엘리스 피터스
  • 15,120원 (10%840)
  • 2025-06-30
  • : 196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읽기 시작한 캐드펠시리즈 가운데 인상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이단자의 상속녀>라고 말하고 싶다. 무척 심오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균형'잡힌 시선으로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 주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때는 종교를 가지고 있었으나,지금은 종교와 거리를 둔 탓일수도 있겠고,종교라는 이름을 앞세워 들려오는 뉴스에 지친 탓일수도 있겠다.


"캐드펠은 성아우구스티누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에 대해 가차 없는 완고함과 엄격성을 보이기 때문이었다.(...)그 모든 불완전함 때문에 세상은 구제불능일 정도로 악하다고 보는 저명한 성인들로부터 캐드펠은 언제나 적당한 거리를 지켰고 그 간격을 결코 좁히지 않을 생각이었다(..)"/33쪽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말하는 캐드펠수사의 목소리를 들었나 싶을 만큼 명확하게 말하는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하면서, 읽어보고 싶은 <고백록>에 자신 없어 망설인 이유도 알 것 같고.. 그래도 읽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해서 <이단자의 상속녀>를 읽는 내내 나는 이단이라 규정하는  행위에 대해, 종교란 무엇인가 라는 원론적인 물음을 따라가야만 했다. 죽을 것 같은 인물이 죽임을 당했고, 그를 헤아려 한 인물 역시 쉽게 드러날 정도였지만, 전혀 싱겁지 않았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여러가지 논쟁거리를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가져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당시에도 이 소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 않았을까..싶다. 지금보다 더 종교에 대한 권위가 절대적이었을 테니까...


"진정한 종교적 의무감을 내세워 자신들의 악의를 포장할 것이다"/144쪽


생각이 다르다고 일레이브를 이단으로 모는 건 얼마나 위험한가,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이름으로 서로를 공격한다. '의무감을 내세워 악을 포장' 한다는 말이 억지스럽지 않게 느껴질 정도다. 일레이브의 질문은 종교를 떠나게 된 내가 늘 했던 질문이기도 했다. 


언젠가 그는 안젤름 수사에게 이런 말까지 했다. "그러니 결국 저도 이단자인지 모르죠. 그들 모두 하느님을 믿는다고 고백하고 하느님을 기쁘게 하는 삶을 살려 애썼다면 어떻게 서로를 그토록 미워할 수 있었을까요?"/255쪽 


그리고 나는 여기에 하나 더 질문을 던지고 싶다. 하느님을 믿는다면 탐욕을 넘어, 살인까지 하는 사람들 회개만 하면 그 죄가 씻어질꺼라 생각하는 그 믿음이,더 무섭게 느껴졌다.너무도 심오한 종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일레이브의 입을 통해 듣게 된 말은 평소 마음에서 가끔씩 하게 된 질문들이라 흥미롭게 읽을수 있었던 것 같다. 올바른 행동이 구원으로 가는 길이란 생각. 종교의 이상을 떠나서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가 짐슴이 아닌 인간이라면 옳고 그른 것 사이에서 선택하기 위해 그것을 사용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믿습니다. 올바른 행동을 함으로써 구원을 향해 나아가는 일은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우리가 책임져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의 행동일 것입니다"/368~369쪽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