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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 박완서
  • 16,650원 (10%920)
  • 2025-08-18
  • : 9,665

책을 읽으면서 수없이 마주하게 되는 우연들이 정말 우연이기만 한 걸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여 책방 해필에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구입하려다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책 마지막에..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로 이어진다는 설명. 그 많던 싱아... 의 결말에 어떤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서로 다른 제목인데 이어지는 내용이라니...  안국동에 있는 책방에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만났다. 독립책방에서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만날 확률은 크지 않다. 심지어 특별판이었다. 우디 알렌의 영화 '럭키 데이 인 파리'에 관한 기사에서 만난 글인데 - '운명은 우연의 얼굴을 하고 찾아온다'. -그 산이...를 만나게 된 상황이 내게는 그랬다. 


'그 많던 싱아...' 제목만 알고 있었을 때는 유년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정도의 소설인 줄 알았다. 기억에 의지해 쓴 소설이라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오히려 너무도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 놀랐다. 그런데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싱아...보다 훨씬 더 역사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6.25 전쟁을 다룬 소설을 거의 읽은 적이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총알이 날라다니고, 누군가 죽고,고문 받는 직접적인 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모습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도 담담하게 그려내서 더 그렇게 느껴진 걸까. 파주라는 동네를 알고, 교하, 임진강...을 자주 보는 탓에..그날의 모습들이 더 자연스럽게 오버랩된 걸까...전쟁의 고통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만 같은데, 자꾸만 그날의 시간으로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분하다 못해 생각할수록 억울한 것은 일사후퇴 때 대구나 부산으로 멀찌가니 피난 가서 정부가 환도할 때까지는 절대 안 움직일 태세로 자리 잡고 사는 이들은 서울 쭉정이들이 북으로 남으로 끌려 다닌다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들의 피난살이 고생만 제일인 줄 알겠거니 싶은 거였다.부산 대구 피난살이의 고달픔이 유행가 가락에 매달려 천 년을 읊어 댄대도 어찌 서울살이의 서러움에 미칠 수 있을 것인가? 그게 왜 그렇게 억울한지 몰랐다. 부러웠기 때문일 것이다"/155쪽



전쟁을 이야기한 소설은 굳이 찾아 읽지 않았다. 만약 이 소설도 전쟁을 이야기한 소설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나는 얼만큼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고..굳이 힘겨운 이야기를 찾아 읽고 싶지는 않다고... 그런데 '그 산이 정말...' 은 6.25 전쟁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더 아프고, 그런데 또 잘 읽혀진다. 피난가지 못한 서울 사람들의 고통을 나 역시..떠올려본 적 없었으니까 말이다. 전쟁은 전쟁이야기대로 가슴 아프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울고 웃고..그랬다. 역사에 관한 소설 이야기를 할 때 나는 무조건 그 산이...를 추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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