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개질을 취미로 삼게 된 지인 덕분에,종종 뜨개질과 관련된 책을 찾아 보게 되었다. 혹 선물해 줄 만한 책은 없을까 하고..물론 이런 착한(?)마음만 있는 건 아니고, 내게 이쁜 것 하나 만들어 달라는 무언의 압력도 있다. 지난해 손가방을 선물로 받고는 감사한 마음을 넘어, 욕심히 생기고 만거다. 옷은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어여쁜 모자를 만들어 보라고....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그러는 사이 '털실'이 들어간 시집이 눈에 보였다. 아니 <분노와 낭만의 뜨개일지>가 눈에 먼저 들어왔고, '어둠'과 '분노'를 같은 의미로 받아 들이고 싶었던 모양이다.
가족이 많다는 것은/ 해결할 수 없는 슬픔이 많다는 거야/ 슬픔은 왜 그런 발음을 가졌을까// '외삼촌' 부분
가족이 많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는 속마음을 들킨것 같아 깜짝 놀랐고, 얼마전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외삼촌을 잃었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철렁했다. 시인이 말한 '모든 여행은 이별 여행이었다'는 말을 무한 반복해 읽는다. 김광석 노래에도 있는, 우리는 매일 매일이 이별하는 순간 인데, 왜 영원한 이별이 찾아올 때까지는 '이별'이란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걸까 하고. /살아 있어도 슬픔/ 끝이 있는 잠깐의 기쁨/반복될 뿐 지속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자취' 부분 '이별' 의 상황은 수만가지.그 아픔도 수만가지라는 걸 '자취'에서 다시 확인받는다. 그럼에도 묵묵히 살아내는 과정을 시인은 '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 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픔도,결국 어떻게든 극복되어진다는... 의미로 이해받았다. 말랑말랑한 시들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기꺼이 오독을 허락(?)받은 기분... 인데 아마도 <분노와 낭만의 뜨개일지>도 한몫 한 듯 하다. 목차 가운데서 시제목과 어울릴(?)법한 이야기부터 찾아 읽었는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뜨개질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만들려고 했던 목적에서 벗어난 상황에 저자는 당혹스러웠지만, 또 다른 의미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원래 의도와 달리 나온 상황을 저자는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았을 테니까..분노와 낭만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조합이 될 줄 몰랐다.
<"언니 저게 꼭 무언가에 쓰이지 않아도 되잖아.굳이 이름을 붙이고 싶으면 인테리어 소품이라고 생각하든가.저거 봐 소파랑 얼마나 잘 어울려? 귀엽기만 하고만"
예쁜 물건은 예쁜 게 역활이라며 방으로 휙 들어간 동생을 보면서 나도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인 것 같았다. 모르칸 블랭킷이 되려고 했던 편물은 인테리어 소품이 되어 그 역활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32쪽 '성공과 실패 사이'
실패가 성공의 ... 무엇 이라는 식의 말들이 고루하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두 책을 나란히 마주하게 된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