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벽한 케이크의 맛>을 읽다가 '음식'을 제목으로 단 이야기들을 찾아 보고 싶어졌다. 기억나는 대로 생각난 이야기들은 비교적 최근 읽은 이야기와, 강렬했던 이야기로 추려졌다.해서 다시 <케이크와 맥주>를 읽어 보고 싶은 마음에 예전 독후기를 찾아보고는 놀랐다. 이미 두 번이나 읽었다는 사실. 매우 재미나게 읽었다는 후기. 그러나 정작 세세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 무엇보다 11월에 이 소설을 읽었다는 사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다시 나를 이끈 모양이다. <케이크와 맥주>를 다시 읽어봐야 겠다.^^
다시 읽어도 <케이크와 맥주>는 처음 읽은 것처럼 잘 읽혀졌다.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새로운 시선.미처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지점... 올해는 '서문' 부터 재미나게 읽혀서 놀랐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면서.하고 있는 생각을 건드려 준 덕분일수도 있겠고..무튼 중편에 가까운 이야기다. 노작가의 죽음 이후...회고록을 쓰기 위해 드리필드 작가를 알고 있는 각자의 시선들이 오묘하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읽을 때는 출판게의 위선과 가식이 가장 두드러지게 보였을 뿐인데 말이다. 성공한 누군가의 자서전을 그닥 신뢰하지 않는데.<케이크와 맥주>를 읽고 나서는 더 확고해진 기분이다. 성공한 작가에게 굴욕이 될만한 장면이 소개 될 수 없다니..설령 있다고 해도 아름답게 포장이 가능해야만 한다고 하면..그건 기만 아닐까 싶은데,반대로 작가를 추앙하는 이들에게는 찬양에 대한 나열이 많을수록 기쁠수도 있겠다 싶다. 몸선생께서 건드리고 싶었던 부분도 바로 그와 같은 지점이 아니였을까... 소설이 씌여지고 나서 소란스러웠다는 설명을 듣지 않아도..이 소설을 읽으면서 출판계 쪽 이들은 특히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읽고 싶은 책에 유난히 도서리뷰가 많으면 서평도서일수 있겠다는 생각에 망설이는 1인이라 그렇다. 그래서 처음 읽을 때는 예술가를 둘러싼 위선과 가식이 눈에 들어왔다면..다시 읽을 때는 로지가 툭 던진 한마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그이가 그날 밤 일을 꽤 잘 알고 있다는 게 놀라웠어.그걸 글로 쓰다니 어처구니가 없었지.누가 봐도 그런 건 책에 넣을 만한 것이 아니잖아.참 별난 종자들이야.당신네 작가들"/294쪽 로지의 시선에서 보면 작가들은 이상하지만..다른 이들의 시선을 보면 작가들은 또 그 나름의 고충이 있다 문제는 그런 아킬레스건을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세계라는 점이다. 드리필드의 회고록 책임을 맡은 앨로이의 모델이 소설가 휴 월폴로 추정된다고 했다. 몸선생에게 편지까지 보냈다고 하니....(그런데 아마 스스로에게 앨로이 같은 모습이 있었던 건 추측이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서머싯 몸의 편지가...이 소설의 서문에 씌여진 마음을 제대로 표현해 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정말 어떻게도 부정할 수 없는 말 아닌가 싶다."만약 자네가 이 작품에서 자네의 모습을 보았다면 우리가 대동소이할 뿐 결국은 같은 인간이기 때문일세"/2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