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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정원
  • 위대한 미스터리
  • 엘리스 피터스
  • 15,120원 (10%840)
  • 2025-06-30
  • : 354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리즈 10까지 있는 줄 알고 마무리 했을 때의 뿌듯함은 잠깐이었다. 총 21권이었던 거다. 해서 다시 캐드펠 시리즈  찾아읽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읽은 기억이 다 사라지지 않아, 인물 때문에 헤매고 있지 않다. 물론 인물이 기억에서 사라졌다 해도, 읽는데 문제될 건 없다고 본다. 변함없이 등장하는 인물과,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구조이기도 하고,이야기가 독립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계절은 극단적인 모습을 드러내다가도 이내 스스로 제 형태를 바로잡고 잃은 것의 절반 정도는 회복하게 해주지 않는가. 인간의 계절 또한 그렇게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약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를 바로잡을 수 있으리라. 이번 여름의 폭우처럼"/346쪽



위대한 미스터리 같지 않으면서,위대한 미스터리라는 생각을 했다. 캐드펠수사는 신의 뜻으로도 설명되지 않아서, 아니 신의 뜻은 설명되는 것이 아닐수도 있어서..일테고, 무신론자인 독자 입장에서도 설명되지 않는..그러나 이해되는 그 지점에서 '미스터리'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읽은 이야기에서 처음으로 '살인'을 수사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한결 더 심오했던 것 같다. 내가 죽음으로 인해 네가 살게 되는 순환..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서. 물론 이야기 시작에서 치열한 전쟁이 묘사된다. 격하게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여전히 세계가 전쟁으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전쟁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벌이는데, 고통은,평범한 이들의 몫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권력이 사라졌을때 오히려 평화로운 세상이 찾아온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너무 뻔한 설정이라 의심하다가, 그것이 또 함정인가 싶었는데...끝내 그 부분은 <위대한 미스터리>에서 중요하지 않았다고 본다. 물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트리거였음을 분명하지만.. 그것 보다는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겸손과 충실함이란 이름을 가진 두 수사의 관계는 충실한 이름을 가진 수사를 설명할 때 예상되는 부분이었다. 그것이 드러나는 과정은 그래서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오히려, 삶과 죽음, 행복, 인생에 대한 화두를 만날때 고개가 끄덕여졌다. 전쟁과 사랑, 욕망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기 때문에 휴밀리스 수사의 이야기가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다. 오기가미나오코 감독의 영화 '동그라미' 볼 기회를 놓쳐 아쉬워 하고 있었는데 보지 않은 영화를 떠올릴 법한 이야기를 만난 것도 반가웠다. 왠지 영화 제목을 '동그라미'로 정한 이유가 이야기와 닮은 결일수도 있겠다 싶어서..


"(..)피데일리스 인생이란 하나의 원이네.우리는 우리의 근원이 되는 곳에서 빠져나와 인생의 절반을 보내지.친족과 친숙한 장소들을 뒤에 남겨두고 먼 나라들과 새로 사귄 친구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거야 그러다가 시작한 곳에서 가장 아득한 지점에 이르렀을 때 다시 먼 길을 돌아가기 시작하거든.우리가 나왔던 곳으로 점점 다가가는 거야. 그래서 원이 완성되면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떠날 시간이 된 것이지.그러니 슬퍼할 것 없네(..)"/276쪽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서 미스터리했던 것이 아니라, 특별한 사건(?) 없이 묘한 긴장감을 주었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설명할 ..는 없는 미스터리였다. 죽음을 슬프게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걸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데 휴밀리스와 캐드펠 수사가 들려주는 '죽음'에 대한 시선은 마음 속에 잘 저장해 두고 싶어졌다.


"행복이란 대단한 무엇이 아니라 사소한 일들에 깃드는 법이지. 그를 바라보며 캐드펠은 생각했다. 죽을 시간이 다가오면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그 사소한 일들이고 이 작은 이정표들을 따라 마침내 겸손한 마음으로 다른 세계에 들어가는 거야"/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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