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은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늦게 배운 도둑..무섭다고, 매력에 빠져 들고 나서 보니 비로소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라는 책도 눈에 들어온다. 공감할 이야기도 많을 것 같고, 내가 미처 놓친(알게 된 것보다 훨씬 많겠지만^^)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될 것 같아서.. 비교적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는 애거서 크리스티 편을 먼저 골랐다. 앞서 읽은 책에서 마침 '가면'에 관한 생각을 했던 터라, 목차 제목이 시선을 끌었던 것도 이유다. '애거사 크리스티와 니체'(삶은 가면놀이다) 그런데, 어쩜 내가 읽지 않은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해서 부랴 부랴 죽은 자의 어리석음' 을 찾아 읽었다.

개정판으로 읽고 싶었으나, 도서관에는 개정판 이전의 책만 있었다. 알라딘에는 개정판(만) 검색이 되고... 언제가 영화에서 본 듯한 기분이 들었으나, 독후기로 남겨 놓지 않았으니,비슷한 상황을 만났을 뿐이라 생각하며 넘어가는 걸로. 푸아로 형사가 등장하고,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건, 특별하지 않다. 결과도 어떻게 결론 날지 알 수 있으므로. 다만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라는 화두 덕분에, <죽은 자의 어리석음>에서 철학적인 사고를 해 봄 직한 주제들을 메모하는 과정이 누가 범인인가를 찾는 것보다 재미있었다. 인종문제라든가, 여성에 대한 비하..무엇보다 살인추적놀이라는 게임 유혹에 빠져버린 올리버여사까지..그녀 역시 어떤 꼬임에 넘어간 거겠으나, 살인추적놀이라는 조금은 괴기한 놀이에 흥미를 보인다는 것 부터가 이미 위험한 사고라고 본다.어디까지나 '철학적' 담론..이 따라온 결과이겠으나.. 흥미로웠다. 누가 범인인지, 왜 그랬는지..에 대한 고민보다. 더 많은 질문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 그래서 결국 '어리적은 자는 살아 있어도 죽은 자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거다.
그리고 다시 <추리소설로 철학하기>에서 언급한 죽은....을 찾아 읽었다. '가면 밑에 또 다른 가면' 이것이 <죽은 자의 어리석음>의 핵심이었던가.. 저마다 얼마간의 거짓이 있다. 그리고 가장 거짓을 잘 숨긴(우리가 그렇지 않을 사람인데..그런 짓을 했다고 말하는 상황들..) 그녀가 범인인데. 그러니까, 가면을 잘 숨기는 사람일수록 조심해야 하는 걸까.. 친절한 사람도, 친절함 이면에 무언가 있을까..의심해야 하는 상황. 욕심에 함몰된 사람은 남녀노소, 나이를 떠나 무섭다. 가면 쓴 이들을 알아볼 방법은 정말 없을까? 니체사상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고,니체의 사상과 애거서의 사상을 절대적으로 공유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뭔가 일치에 가는 느낌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다. 가면 뒤에 또 다른 가면이 있을 뿐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질문하기' 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