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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정원
  • 목숨을 팝니다
  • 미시마 유키오
  • 16,200원 (10%900)
  • 2025-08-01
  • : 3,240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풍요의 바다' 시리즈를 끝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책을 또 읽게 될까 싶었는데, 거짓말처럼 <목숨을 팝니다>를 만났다. 워낙 강렬(?)한 책들이라, <금각사>를 끝내고 나서도 다시 미사마..의 책을 읽게 될 줄 몰랐다. 그런데 '풍요의 바다' 시리즈 이전에 이미 <목숨을 팝니다>는 출간되었다는 사실도 알았다. 개정판이 나온 덕분이다.


"내가 삶을 진짜로 사랑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153



카프카 소설 '변신'에서 그레고르잠자가 벌레가 되어버린 것처럼, 하니오는 어느날 글자가 바퀴벌레처럼 보이기 시작한 순간, 죽어야 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실패.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가 자신의 목숨을 판다는 황당한 광고를 신문에 낸다.그런데 거짓말(?)처럼 그의 목숨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찾아온다. 그러나,정작 목숨을 팔겠다는 사람은 죽지 않고, 상대방(?)들이 죽임을 당한다. 일종의 부조리 같은 느낌...자신은 분명 죽을 생각이었는데, 상대가 죽고, 그 댓가로 돈을 벌게 된 하니오는,불쑥불쑥,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는 데는 상당히 강력한 에너지가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하며 하니오는 새삼 감탄했다"/220쪽



매번 죽음에서 살아남을 때마다,하니오가 점점 달라지겠구나 예상했다.경험하지 않고도, 인생을 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면 좋겠지만, 우리 사람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죽을 각오로 살면, 살아진다는 말은 쉽지만, 암흑 같은 곳에 빠져 있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터... 그렇게 하니오는 꾸역꾸역 무의미한 삶 속에도 수많은 에너지가 작용한다는 사실을 마침내(?)깨닫는다. 그 과정이 때론 황당하고 때론 유치하기도 했고, 조금 작위적인 느낌으로 흘러가기도 했지만...그럼에도 분명하게 보이는 순간들이 찾아와 다행이라 생각했다. 목숨을 팔 각오로,죽고 싶었지만,살고 싶은 의미를 찾고 싶은 마음은 아니였을까.그리고 나는 고흐가 하늘의 별을 그릴때 순간순간 저와 같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니오는 경찰서 입구 앞의 돌계단 두어 개를 다 내려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주머니 속에서 찌그러진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울음이 북받쳐서 목 안쪽이 벌렁거렸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시야가 흐려져 여러 개의 별이 하나로 보였다"/339~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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