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필수(?)코스인 책방.
바람이라면,그 곳의 특색이 뭍어난 책을 고르자. 그러나 나는 <충청의 말들>을 챙겨오지 못했다. 그래서 더 읽고 싶은 마음에 도서관으로 달려가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덕분에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분명하게 기억하게 되었다. <충청의 말들>은 단지 충청도 사투리가 궁금해서가 아니었다. 수덕사에서 만난 상인의 화법이,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던 충청도 특유의 위트를 떠올리게 해서였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내가 마주한 충청도 화법은 언제나 불쾌하지 않게, 그러나 사실을 적확하게 이야기하는 힘이 놀라웠던 것 같다. 이제 책에서 그 비밀(?)이 풀렸다.
"수박장수가 "천 원만 깍아 줘요" 하는 손님에게 "거 냅둬유,개나 주게" 했다는 일화(..) 같은 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어감이 부드럽고 직유적이기보다는 은유적이다.그러면서도 핵심을 명쾌하게 드러낸다(...)"/57쪽 돌려 말하기는 자칫 '오해'를 부를수도 있고, 진위가 왜곡될 수도 있지만, 핵심을 명확히 드러낼 목적(?)으로 사용된 은유는 매력적이다,라고 느낀건 그냥 기분탓이 아니었던 거다. 모든 충청인들이 저렇게 은유적 표현을 잘하는 건 아닐거라는 말에도 공감하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이들은 분명 은유적 표현을 잘하는 분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충청의 말들이 궁금해서 읽고 싶었더니, 결국 궁금했던 것들이 풀렸다. 뿐인가, 잊고 있었던 김소진작가의 책을 다시 읽어 보고 싶어졌다.
충청의 말들에 대한 이야기 보다, '인간에 대한 혐오'에 관한 부분이 ..올라온다는 말에, 그러니까 <충청의 말들>은 충청의 말이 갖는 특징 뿐만 아니라, 읽고 싶은 책도 내 옆으로 오게 만들었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쓰는 말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어 좋았다.
" '묻지마'는 흔히 동기를 모를 때 쓴다고 알려져 있다. 사전에 없는 신조어다. 하지만 이유나 동기 없는 투자,관광, 살인은 없다. (...) 이상 동기 살인 등으로 바꾸어 쓰면 문제가 없다(...)"/ 47쪽 묻지마 살인이란 표현보다 이상 동기 살인..으로 바꿔 기사를 작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공감했다.
사투리로 번역되는 문제에 대해 굳이..사투리가 필요할까 생각하는 나에게,<충청의 말들>은 오히려 사투리가 없어 밋밋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여전히 번역번에 사투리가 중요한 역활을 하게 되는 이유일까..생각하면서 소세키의 <도련님>이 언급된 바람에..다음에 다시 읽게 된다면 하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소설의 배경이 된 곳이 충청도 사투리로 번역하는 게 어울릴 것 같다는 설명에, 문득, 시코쿠 사람들도 은유화법을 잘 쓰는 사람들일까 궁금해졌다. 충청도 사투리로 번역된 <도련님>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분례기>를 읽어봐야 겠다.
"충남 예산이 배경인 <<분례기>>를 읽다 보면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사막을 걷는 듯한 막막함이 느껴진다.(..)"/61쪽 밝지 않은 이야기일테지만 읽어 보고 싶다. <충청의 말들>을 읽으면서, 읽어야지 하는 책탑을 만들게 될 줄 미처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