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리언 반스 소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덕분에 안토니오 타부키 이름을 알게 되었다. 작가에 대해 자세히 언급된 건 아니었지만,소개된 책이 (페레이라가 주장하다) 궁금해서 읽게 되었고,작가의 문체가 마음에 들어 다음(순서와 상관 있는 건 아니다) 책으로 바로 넘어왔다.
잔인(?)한 제목이다. 내용은 더 잔인(?)하다고 말할수 있다. 가학적이어서 잔혹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이야기였다면 아예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거나, 읽다가 포기 했을 테니까. 오히려 담담한듯 하면서도,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우선 우리나라가 비슷한 정치매커니즘이 보여서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 그런데 콕 찍어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지 싶다.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진짜 문명국가는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이 따라왔다.그러니까 뭔가,염세적인 느낌으로 읽혀질 수도 있는 소설인거다. 그런데 매력적이다. 문학이 주는 힘이 있어서였던 것 같다. 정의로운 기자와, 더 정의로운 변호사를 그렸내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인간이 법전을 만들게 되는 이유를 연구하고 싶었소,이제 유명한 변호사가 된 내 동료들이 연구하던 법전이 아니라 밑에 감춰진 이유들,어쩌면 추상적일 수 있겠지만 그걸 공부하고 싶었던 내 말 이해됩니까?(...)"/112쪽
비록 페르난두변호사는 자신의 정의로움이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문명국가 언저리에서 맴돌수 있는 건, 정의의 편에 서서 싸우는 변호사가 있고, 기자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광장에서 우리가 촛불을 들고 소리를 내고 있는 것처럼...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겠어? 라고 말하는 이들에게,이제 한 마디 할 수 있을 것 같다. 촛불이라도 들었기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유지가 될 수 있는 거라고. 실제 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이라고 했다. 살인이 일어났고, 누가 죽였는가를 추적하는 과정은 여느 추리소설과는 다르다. 방송에서 종종 본 그알을 텍스트로 읽게 된 느낌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문학과,철학, 법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마세누의 죽음은...죽어도 마땅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혹자는 생각할 수도 있고, 여론도 그렇게 흘러갈 수 있음을,변호사는 바로 그 지점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지배당하고,지배받는 입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도 바로 그러한 것들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한다. 재심변호사도 있고, 인권변호사도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변호사였지만,그래서 뭔가 위로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페르난두변호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약자의 편에 서 있는 변호사와 기자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바라는 결말은 아닐지 몰라도,참담하게 끝나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페르난두변호사가 강조한 것처럼 우리 모두 '한 명의 인간'으로 서로를 바라 볼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ps 끔찍한 일이 벌어졌고, 개운하게 흘러가지 않을 거란 판결을 지켜보면서도 이상하게 포르투갈에 가고 싶어졌다. 대구튀김을 먹어야 할 것 같고, 카페에 앉아 있어야 할 것 같고..그런데 이런 마음은 책을 번역한 역자도 비슷하게 느꼈다는 후기를 읽고.놀랐다. 밝지 않은 소설에,문학적 힘이 더해진 걸까..생각했다.'다마세누 몬테이루' 가 리스본 거리 이름이란 사실이 더 그곳으로 가고 싶은 꿈을 갖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