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읽는 작가라 생각했으나, 지난해 <눈부신 안부>를 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분명 잘 읽혀진 걸로 기억하는데.... <봄밤의 모든 것>을 읽고 싶었던 건 그러니까 작가의 이름을 오롯이 기억해서가 아니라,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좋아 붙잡고 싶었던 거다. 앞서 읽었던 <눈부신 안부>보다 좋았다. 한 편씩 읽고 리뷰를 남기고 싶을 만큼 좋았다.
'아주 환한 날들'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쓰기'에 대한 고통을 가진 마음을 너무 잘 헤아려 준 것 같아 격하게 공감했다.쓰기에 대한 애정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명제..그러니까 나는 내내 이 쓰기가 쉽지 않을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그래서 또 계속 무언가를 주절주절 써보고 싶어졌다. 그러다 보면 내 마음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들여다 보는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빛이 다가올 때' 를 읽으면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 자제가 모순일수..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그래서 노력은 필요하다. 물론 강요된 이해와 마음은 위험하다.그리고 '봄밤의 우리' 에서 경험이 타인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았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위로는 상대방에게 공허할 수 있지만, 비슷한 경험은 타인과 가까워지는 무엇이 될 수 있다. 무심한 듯 건낸 유타의 말이 나 역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니 누군가를 위로해야 할때면 유타의 말을 떠올려 보게 될 것 같다.
"스무 살 때 다혜는 자신이 언젠가는 늙을 것이라는 사실을 조금도 믿지 못했다.겨우 스물여덟 살이었을 때는 이제 늙어버린 노인의 마음을 알 것만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노인의 마음을 안다고 믿었다니,주제 넘은 오만.어리석은 소리.다혜는 아무것도 몰랐다.여전히,지금도."/209쪽 눈이 내리네'
서로 다른 이야기 인것 같다는 느낌을 받다가, 어느 순간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다음으로는 우리가 타인을 얼마나 알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우리가 갈등하게 되는 건, 상대에게 문제가 있어서 일거라 생각하지만,그건 절반(?)만 맞거나 아주 조금 그럴수..있지만 대부분은 자신 스스로 만들어 놓은 어떤 장치들이 그렇게 만들어 버리는 건지도 모르겠다.그러니까, 어쩌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언가를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고,다툼이 벌어지게 되는 건 아닐까..상대에게 나도 모르게 갖는 오만함까지도... 죽음과 늙음을 마주할 때는 쓸쓸했지만,이런 감정도 잘 알지 못하니까 최악을 상상하는 건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최악 보다는 지금 내가 가진 것 가운데 소중한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그러고 싶다
"개는 다리가 하나 없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어떤 끔찍한 일이 있었지만 그것은 이제 다 아물었으므로 괜찮다는 듯 남아 있는 세 다리로 그렇게 꼬리를 흔들며 눈밭을 뒹굴었다. 얼마나 경이로운지 전날 그 개를 처음 본 순간 그가 느낀 것은 놀라움이었다"/141쪽 '흰 눈과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