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테마 다섯 편의 클래식' 시리즈의 매력을 이제 막 알게 된 것 같아 기뻐했더니,시리즈가 막을 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시즌 8의 주제는 '나의 기쁨,나의 방탕'이다. 이제 '뾰족한 전나무의 땅' 하나를 읽었을 뿐이라,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느낌을 말할수는 없겠지만 <뾰족한 전나의 땅>에서 방탕함에 대한 기운은 잘 느끼지 못했다.잔잔하게 넘치는 '기쁨'에 취한 탓일게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서 기쁨은,결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가 들려왔다.고통 없이 얻어지는 기쁨은 왠지 진짜 기쁨이 아닐것만 같은...
윌라 캐더의 '미국문학의 3대 걸작' 가운데 하나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같은 소설, 에세이 같은 소설,일기 같은 소설의 느낌이 좋았다.그래서 내가 당혹(?)스러웠던 건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에 영감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어디에도 막장(?)에 가까운 이야기는 없었는데, 헨리 제임스는 어디서 영향을 받았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조애나의 사랑이야기가 언급되었다. 그녀에 관한 사랑이야기가 혹, 영감을 받게된 지점 가운데 하나는 아니였을까 생각했다.다른 소설에서 언급 된 '뾰족한 전나무'의 느낌은 뭔가 우울하고,참담함을 은유하는 것처럼 다가왔더랬다. 왜서 나는 소설의 제목을 '뾰족한 전나무의 땅'으로 한 이유도 궁금했더랬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는 항구가 훤히 내려다보였다.길게 펼쳐진 해안을 빽빽이 뒤덮은 뾰족한 전나무들은 짙은 녹음을 입은 모습이 마치 출전을 앞둔 대군 같았다. 저 멀리 바다 먼 곳의 군도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에 전나무들은 바다를 향해 행진하려는 듯 일정한 걸음으로 언덕을 넘어 저 아래 물가까지 나아가려는 듯 보였다"/49쪽 -문장을 마주한 순간 제목에 담긴 은유를 조금....상상해 볼 수 있었다. 빽빽하다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건 아니니까..가까이에서 보는 것과,멀리서 보는 것의 차이.. 특별할(?)것 없어 보이는 마을, 아니 오히려 심심한듯 보이는 마을에서의 일상에, 자연의 색깔이,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녹아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발견되는 기쁨들... 오롯이 글만 쓸 생각이었는데, 친자매처럼 지나자고 하는 토드 부인이 부담스러웠을 텐데..그녀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갈 수 있었던 그 따뜻함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