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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한껏 무용하게
- 이성진
- 12,600원 (10%↓
700) - 2021-11-15
: 91
◇ 원본
https://m.blog.naver.com/03x24/222583984891
◇ 시작하는 문장
“장미가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해도
그 달콤한 향기는 변하지 않아.”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 밑줄
너는 너다울 때 가장 빛난다. 품사가 웬만해서 바뀌지 않는 것처럼, 어디 두어도 변하지 않을 당신을 찾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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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진작에 잘랐을 것이다.
꼬인 실은 사람을 속이는 재주가 있어, 조금만 공을 들이면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
웬만큼 안 풀린다 싶으면 꼬인 실은 자르는 게 맞다. 지나간 시간이 눈에 자꾸 밟혀도 별수 없다. 자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엉킨 실이 있고, 끊어내지 않으면 안 될 미련 더미가 있으니까. 꼬인 실에 가위를 대야 하는 이유는 그대로 놓아두면 뜨개질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눈 딱 감고 손보지 않는다면 실 뭉텅이는 혹이 되어 두고두고 나를 괴롭힐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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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마음속에 관계를 하나둘 담아 채우는 일도 퍽 의미가 있겠지만 가끔씩은 비어 있음을 즐기는 일도, 그 속에서 오롯이 성장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나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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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여유롭게 오븐 앞에서 호두파이가 구워지기를 기다리는 시간 또한 오로지 나의 몫이 아닌가. 여유와 피땀을 한 층씩 겹치게 쌓은 파이를 훗날 꺼내어 한입 크게 베어 물면 제법 바삭한 소리가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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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을 귀히 여기기.
일상 한 조각을 소중히 음미하기.
있는 그대로를 그저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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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구름이 떠다니는 푸른 하늘 밑에서는 짙은 올리브 빛을, 어둑해진 마르스 광장 앞에서는 밝은 노란 빛을, 늦은 밤 숙소로 가는 지하철 위에서는 반짝거리는 흰색 빛을. 나는 그 마성의 철골 구조물이 내뱉는 빛을 남김없이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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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세상이라지만 내 영역은 내 색깔로 지키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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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space은 사람의 경험이 더해져 장소place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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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삶에 후회가 없다는 건 다시 시간을 되돌려도 같은 곳, 같은 시간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으리라는 예감, 그 모습이 최선이라는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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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뿐일까. 앉아서 하는 여행으로 외부 세계를 탐험한다면 뜨개질로는 마음속 세계, 소우주를 유랑할 수 있다.
◇ 감상
아빠는 이따금 내게 당부하셨다
어떤 상황이 와도 ‘나’를 잃어선 안 된다
줄곧 변하는 걸 경계하라
그렇게만 생각했었는데
요즘 다시 곰곰이 생각하니
어쩌면 ‘나’를 지키란 말씀이 아니었을까
*
많은 생각이 나를 지나치는 계절
조급한 마음에 서둘다가도
막연한 미래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덮어버리기도 일쑤
기둥이 올곧게 자란 줄 알았는데
여전히 휘청거리는 모습
그래도 하나만큼은
튼튼하게 심었다
내일의 나를 위해
나의 매일을 사랑해야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보냅니다
오늘을 마음껏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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