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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사서함
  • 차와 일상
  • 이유진(포도맘)
  • 14,400원 (10%800)
  • 2021-09-30
  • : 337
◇ 원본
https://m.blog.naver.com/03x24/222532235692



◇ 프롤로그
매일 아침, 두 아이와 차를 마시는 일상을 쌓아온 지도 14년이 되었다.



◇ 밑줄
우리에게 차는 차곡차곡 쌓여가는 매일의 이야기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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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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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란 것은 시간을 들인 만큼 쌓여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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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시간은 새벽 5시. 조용한 새벽의 서늘한 기운도, 모든 고요함이 가라앉은 적막함도, 온 세상이 나에게로 쏠린 듯한 기분 좋은 고독함도 모든 게 완벽한 시간이다. 느릿느릿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나의 아침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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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우려내는 3분. 사르르 조용히 모래시계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말린 찻잎이 피어나고 찻물이 점점 붉게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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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낸 차가 담긴 찻잔 속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맛있는 차를 즐길 수 있는 더없이 평범한 이 시간에 감사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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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차는 기본적으로 성질이 차다. 홍차나 발효차가 녹차보다 따뜻하다고 하지만 같은 찬 성질 내에서 조금 더 따뜻하고 그렇지 않음의 차이일뿐 기본적으로는 차갑다. 그래서 차는 웬만하면 따뜻하게 마시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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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물차(그해 가장 처음, 봄에 채엽한 차를 뜻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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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루아(차를 생산하는 데 영향을 주는 토양, 기후 따위의 조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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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 연안의 광둥성을 통해 차를 사간 나라들은 지금도 차를 ‘차cha’로 발음하는 반면 복건성 지역을 통해 차를 사간 나라는 ‘티Tea’, 또는 ‘테Tae’와 같은 발음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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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 고전을 담고, 고전을 들으며,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사람을 그리고 나를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난 클래식을 늘 곁에 두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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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위에 도톰한 숄을 두르고 베란다에 나가 창밖에 소복소복 쌓이는 눈을 바라본다. 입가에서 피어오르는 입김과 뜨거운 마살라 짜이에서 피어오르는 김으로 온기를 느끼며 찬 공기 속에서 그렇게 겨울을 만끽한다. 더운 나라 인도에서 사온 ‘스윙 체어’에 몸을 맡기고 흔들흔들, 한 잔의 마살라 짜이를 비워낸다. 그리운 인도를 삼키는 어느 겨울날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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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향배란 향을 맡기 위해 대만에서 처음으로 고안된 길쭉한 형태의 잔이다. 문향배에 차를 따른 후 그 차를 다시 찻잔에 따라내고, 문향배에 남은 향을 즐기는 형태이다. ‘향을 듣는다’는 뜻의 낭만적인 이름을 갖고 있는 문향배에 무이암차를 담아내면 짙은 바닐라빈과 같은 달콤한 향기와 열대과일의 새콤달콤함이 코끝으로 밀려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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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는 작은 온기, 따스한 위로가 참으로 필요하다. 내가 어떤 힘든 일이 있고 슬픈 일이 있다 해도 이 복실복실한 작은 생명체는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꼬리를 한껏 흔들며 달려와 내게 안긴다. 나를 아무 조건 없이 무한정으로 사랑해주는 이 생명체의 온기가 내 모든 감정을 녹아내리게 만들고 곧 따스함으로 채워준다. 마치 한 잔의 차와 같이 말이다. 나에게 한 잔의 차는 때론 온기가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주니까. 라떼의 존재는 나에게 삶의 위로이자 온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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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는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내 인생은 내 속도로, 내가 걸어가고자 하는 방법대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확고해졌기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오랜 시간 고민했고, 그래서 이제는 아주 잘 알고 있다. 내 마음이 단단해지면 주위와 비교하는 일도 후회하는 일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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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정적이 참 좋다. 차 한 잔을 우려놓고 앉아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베란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차를 따르는 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 일상의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그 어떤 음악보다 그 어떤 소리보다 아름답고 조화롭게 느껴진다.
가끔 허전한 듯 음악이 생각나면 턴테이블을 돌려 아날로그 음악을 감상하기도 한다. 작은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면 뭐든 느리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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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속도를 지켜가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속도와 나의 방향을 찾아갈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여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 가치관에 따라 삶이란 너무나 다양하게 갈라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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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다른 음료에 비해서 준비하고 우리는 시간을 들여야 하기에 마시면서 더 큰 여유를 찾게 된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들여야지만 만날 수 있는 시간, 아이러니하지만 그런 덧없이 느껴지는 순간들로 우리는 여유를 느낀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일상이 되면 더 이상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는 자연스러운 행위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만큼 우리의 매일은 여유가 가득한 풍요로운 나날이 된다.



◇ 감상
단정한 결로 이루어진
『차와 일상』

작가가 그려낸 삶의 단면은
나의 그림자와 맞닿아 있다

*

계절을 따라 흘러가는 일상
오늘을 위해 문장을 고르는 시간
천천히 느긋하게 즐기는 마음

나를 이루는 조각들
여기에 무엇을 더해볼까

*

처음부터 둥근 건 없다

작은 시작에 하나씩 덧붙여
오랜 시간 다듬을 때
밖을 향한 뾰족함이 사라지고
커다란 동그라미가 되는 것

*

새벽빛을 닮은 목소리에
나의 하루가 넉넉해진다
깊이가 더해진다

책장을 덮어도 차의 향기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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