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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당신에게
- 김수현
- 13,500원 (10%↓
750) - 2021-08-22
: 31
◇ 원본
https://m.blog.naver.com/03x24/222500895813
◇ 추천사
수필은 서정적 에세이다. 섬세하고, 재치 있고, 재미있고, 아름다워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갖춘 그의 수필은 독자에게 읽고, 또 읽는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는 김수현에게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수필집 《세월》에 피천득 선생님이 써주신 글이다.
◇ 밑줄
앞날에 대한 생각이란 부질없을 때가 있다.
/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사랑하는 아버지와 엄마는 일흔을 넘기고 서둘러 세상을 떠나셨다. 십 년이 흘러도 그분들 자리는 텅 빈 채로 있다. 거센 밀물 썰물도 쓸고 가지 못하는 자리. 그 견고함으로 내가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그대로 있을 것 같다.
/
세상이 대단해 보이지만, 고작해야 내가 생각한 것, 내가 느낀 것으로 쌓아놓은 허상임을 가슴으로 인지한다면 누가 거기에 갇히겠으며, 누가 세상에 끌려다니겠는가. 허상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진짜 나를 찾아 나설 것이고, 나라고 여겼던 나에게서 분리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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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눈물 젖은 일기를 쓰지 않았다. 지난 일기장은 눈물 자국을 남긴 채 바삭하게 마르더니 한 장 한 장 바람에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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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선택을 할 수 있다면’이라는 꿈이 위로가 되었다. ‘선택’이란 얼마나 멋지고 감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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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는 자리를 바라보지 않고 살아갈 뿐이고, 명절이면 바라보게 된다. 꿈에 아버지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낡은 구형 휴대폰을 들고 계셨다. 왜 진작 아버지 전화기를 안 바꾸어드렸을까 울음이 나왔다. 휴대폰을 사려고 집을 나서다가 잠에서 깨었다. 엄마의 전화번호는 이제는 잊었다. 여동생도 기억을 못한단다. 결국 눈물이 났다.
/
예비 엄마, 아빠, 예비 이모, 외할머니 모두 아기를 기다리며 예상 못했던 사랑이 우리를 감싸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나오기 전에 사랑으로 터를 준비하는 이 아이는 도대체 얼마나 예쁘려고 하는 것인가.
(···)
어디를 바라보아도 이제 하나 생각을 하게 된다. 그토록 작고 꼬물거리는 아가가 달콤한 숨을 내쉬며 나의 세상을 바꾸었다.
/
내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마중물은 내 안에 있고, 내가 꿈꾸는 대로 물을 뿜어내도록 사랑의 기도를 하고 있다.
/
글을 쓴다는 건 소중한 것을 정갈하게 담아 두는 과정이다.
◇ 감상
정돈된 언어, 단정한 문장
게다가 피천득 눈길이 닿은 사람
오랜만에 수필다운 수필을 읽었다
억지로 나를 일으켜 끌지 않고도
마음의 빛을 찾게 만드는 이야기
글자에 감정을 날카롭게 박아
나를 괴롭히지 않아서 좋았고
부러 자극적이지 않고도
재밌게 흐르는 담백함이 좋았다
매일 누군가의 목소리가
여기저기 쏟아지는 지금
평범한 일상의 조각을
섬세하고 향기롭게 재단하는,
‘좋은’ 글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
시간을 따라 깊어진 당신,
이제 어디로 떠나려 하나요
걸음마다 놓인 메아리를 들으며
아름다움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끝없는 어둠이 쏟아져도
하나의 빛으로
맞잡은 손이 굳건해지길
동그란 불빛으로 주위를 밝혀
아름다움의 선율을 그려봅니다
희망을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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