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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사서함
  • 수어
  • 이미화
  • 9,900원 (10%550)
  • 2021-08-01
  • : 478
◇ 원본
https://m.blog.naver.com/03x24/222463516914

◇ 프롤로그
우연을 연구하는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결국 필연은 없다”고 말했다.

◇ 밑줄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21대 국회의원인 장혜영 의원도 이런 말을 했다. “비장애인인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비장애인이 된 것이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아 비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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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순간이 우연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우연은 인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연의 신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와 주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장면 앞에서, 우리는 멈추어 선다. 그런 장면은 일상을 파고들어 세상을 달리 보게 한다. 보이지 않던 이면이 보이고, 당연한 일로 가득하던 세계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리고 답을 찾는 동안 내 안의 일부는 무너지고 다시 쌓이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삶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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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수어를 공부하면서 발견한 단어도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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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수화언어]​

2016년 2월 3일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한국수화언어가 한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인정받았다. 한국수어도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고유한 어휘와 문법을 가지고 있다.

수어를 배우다 보면 수어가 손동작뿐 아니라 표정까지 사용해야 하는 언어라는 사실을, 근육이 얼얼할 정도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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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은 표정을 보고 진심인지 아닌지 구별해낼 수 있기 때문에 수어로는 감정을 숨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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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행동은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의 문법적 체계와 관련이 있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은, 언어를 통해 사고가 형성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은 그 언어에서 비롯된 공통된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이 가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가 <컨택트>다.

​영화의 주인공인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는 외계 생명체인 헵타포드가 지구에 착륙한 목적을 알아내기 위해 그들과 교류하면서 외계 언어를 습득해 나간다. 그 속에서 영화는 선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과 비선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헵타포드의 사고체계가 어떻게 다른지 은유적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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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볼 수 있게 된 루이스는 딸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알게 되었음에도 같은 남자와 사랑하고, 그의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다. 미래를 알게 된다는 건 결과를 알면서도 사람을, 삶을 사랑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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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야말로 생각을 가장 투명하게 담아내는 그릇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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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직 내가 가진 단어 안에서만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 나는 내 세상에 어떤 단어가 없는지 알지 못한다. 내게 ‘수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까지 농사회가 존재하지도 몰랐던 것처럼, (···) 그래도 희망적인 건, 어떤 단어를 곁에 두고 살아야 할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면, 배려와 공감, 이해와 인정의 말을 우리 곁에 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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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가장 평화로운 단어가 있다면 그건 ‘누구나’가 아닐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사랑할 수 있고, 누구나 살 수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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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채식 습관을 알릴 때마다 “네가 그런다고 세상이 변할 거 같아?”라고 물어오는 사람도 여전히 있었다. 공격에 가까운 질문이었다.
“세상을 변화시킬 순 없어도 가까운 사람 한 명 정도는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고 되물으면 이런 말이 돌아왔다.

“사람 잘 안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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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이 사람을 바꿀 수는 없어도 불편하게 만들 수는 있으니까. 불편함이야말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 자신이 더 나아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우리는, 세상은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그렇게 살아내고 싶어서 적어 내려간 문장이 우리를 변화시킬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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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것 말고 이 세상에 어떤 희망이 있나요?”

◇ 감상
2016년이 되어서야

하나의 언어가 된

손으로 그린 표정의 말



지은이와 마찬가지로

수어는 내게 하나의 능력

반짝이는 선망이었다



하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손짓이 전부가 아니란 사실에

새삼스럽게 놀라고 만다



아주 당연한 사실을

보지 못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



눈을 돌리기 전까진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있다



차별과 편견이 사라지길



모두가 행복을 꿈꾸기 위해

‘누구나’를 이해하는 마음을

곁에 두기로 하자



그리고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시작된 변화를 알리며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는 당신에게

발맞추어 걷겠다 약속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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