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 뼈의 방 - 리옌첸
꽃 2021/07/2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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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뼈의 방
- 리옌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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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 2021-06-21
: 187
◇ 원본
https://m.blog.naver.com/03x24/222450237045
◇ 시작하는 문장
법의인류학자에게는 ‘놀이동산’이라고 부를 만큼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이곳을 ‘뼈의 방The Bone Room’이라고 부른다.
◇ 밑줄
뼈는 신기한 존재다. 단단하면서도 탄성이 높고 회복력이 뛰어나며, 심지어 자란다. 나이를 먹으면서 뼈도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며 우리 일생의 모든 경험을 기록한다. 이런 뼈를 일컬어 ‘몸 안의 인생 기록’이라고 한다. 뼈에 새겨진 흔적들은 자신의 전기傳記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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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는 시간과 공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는다. 철학이 죽음의 본질을 받아들였듯 뼈는 과학적ㆍ문화적으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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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인류학자는 형질인류학, 고고학,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지식을 응용해서 뼈를 분석한다. 법의인류학forensic anthropology에서 ‘forensic’은 법적 증거 혹은 법의학을 의미한다. 원래 ‘forensic’은 라틴어 ‘forum’에서 유래한 말로 법원이라는 뜻이다. ‘Forensic’과 관련된 학과는 모두 법원에 증거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말은 사건의 옳고 그름이나 유죄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이 법의학의 핵심은 아니라는 뜻이다. 법의학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효과적으로 사건의 진상에 도달할 단서와 흔적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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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인류학의 역사는 길지 않다. 법의인류학과 관련한 가장 이른 기록 중 하나로 중국 남송南宋 시대의 송자宋慈가 1247년에 편찬한『세원집록洗寃集錄』을 들 수 있다. 중국 법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송자는『세원집록』에 사건 조사 방법과 상세한 검시 순서, 사인 추론 방법 등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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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인류학자의 임무는 뼈를 분석하여 유골의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다. 법의인류학자는 사람들이 흔히 아는 법의학자와 다르다. 법의학자가 주로 시체에서 사망 원인을 찾는다면 법의인류학자는 뼈에서 사망의 종류와 사망 원인을 관찰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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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인류학자는 유골을 건네받은 뒤 ‘Big 4’라고 부르는 정보(성별, 나이, 혈통, 키)를 찾아낸다. 여기에 생전의 흔적인 외상, 만성 질병, 활동 흔적을 조사해 보태면 유골의 주인에 관한 기록 파일을 만들 수 있다. 이런 기록이 있으면 가족을 찾을 가능성도 커진다. 그래서 법의인류학자를 일컬어 ‘이전-이후before-after’ 전문가라고도 한다. ‘이전’이란 죽은 사람이 살아생전에 한 일, 겪은 일이 뼈에 미친 영향을 뜻하며 ‘이후’는 죽은 뒤 뼈에서 볼 수 있는 무언가를 말한다. 법의인류학자는 이 외에 인골을 찾아 수색하고 수습하는 일, 신원 식별에 도움이 될 만한 특징과 단서를 분석하는 일에도 능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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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법의학의 도움으로 ‘170422145’는 본래 자신의 신원을 ‘새롭게’ 얻어냈다. ‘170422145’라는 번호 대신 이름을 되찾아주는 것은 죽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자 유족에 대한 존경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뼈에 다시금 인간성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법의인류학자는 죽은 이와 유족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유족의 의문에 답을 찾아주는 것이야말로 법의인류학자가 실현할 수 있는 인권이고 의무이자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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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다음과 같은 고고학의 몇몇 중요한 원칙들은 법의학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1. 누중의 법칙Superposition
범죄 현장에서는 유기물이든 무기물이든 모든 것을 정해진 순서에 따라 놓아야 한다. 법의고고학의 시각에서 보면, 발굴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발견되는 것이 가장 최근에 놓인 것이며 반대로 깊은 곳에 있을수록 오래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 공반 관계Association
같은 지점에서 발견되거나 특징이 있는 물건과 함께 발견되는 물건은 관계가 있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법의고고학에서는 같은 무덤(예를 들어 집단 무덤 같은) 안의 모든 유골은 서로 관련이 있으며 하나의 사건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3. 반복Recurrence
중복해서 나타나는 일은 우연이 아니다. 무덤에서 찾아내는 물건이나 자주 사용하는 기계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양인의 장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동양인들이 무덤 앞에 국화를 놓는 것을 보면 그 행위가 우연이 아니며 국화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리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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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법의학으로 살인범을 잡는 것보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거는 죽은 자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밝히는 것이며 미래는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는 것을 뜻한다. 역사적 배경, 정치, 종교는 달라도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죽음은 한결같은 답을 준다. 바로 뼈 너머의 인간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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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콜라겐, 치아의 법랑질, 머리카락과 손톱의 케라틴, 치아와 뼈의 광물 성분 분석을 통해 우리는 한 사람의 평생에 걸친 생활 습관을 이해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머리카락과 손톱의 동위 원소 분석을 통해서는 단기간(1~3개월)의 식습관과 여행 경로를 분석할 수 있고, 치아와 뼈의 동위 원소 분석을 통해서는 장기간 혹은 장시간의 식습관과 여행 경로를 알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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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부패 과정은 엄밀히 나누면 7단계로 볼 수 있다. 이는 매우 일반화된 분류법이지만, 학자마다 조금씩 다른 분류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1. 사후 창백Pallor mortis/Postmortem paleness
2. 시반Livor mortis
3. 사후 체온 하강Algor mortis
4. 사후 경직Rigor mortis
5. 부패Putrefaction
6. 분해Decomposition
7. 백골화Skeleto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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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는 다양한 문화의 종족들에게 느끼고 행동하며 기억을 불러일으키도록 만드는 중요한 상징물이다. 뼈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개인의 유골도 마찬가지다. 뼈는 매우 독특한 매개체로써 한 사람의 일생을 확장한다. 뼈는 늘 우리에게 삶을 생각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종교와 철학에서도 뼈를 통해 죽음 뒤에 무엇이 있을지를 생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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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는 우리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며, 전 세대에 걸친 사람과 뼈의 관계를 들려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과 뼈의 관계는 반드시 다양한 각도와 문화, 역사를 통해 전체적으로 조망해야 한다. 인류는 뼈를 이용해 악기, 보석, 소장품, 종교적 증거품을 만드는 등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다. 뼈는 단순히 과학 연구 혹은 생물학의 일부에 그치지 않는다. 뼈는 문화와 역사, 사회의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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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는 우리 몸의 마지막 퍼즐 한 조각으로 우리의 인생을 일깨우며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알려준다. 두개골의 문화적 의미는 뼈가 우리에게 알려준 인생의 의미를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뼈와 마주할 때 우리는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뼈에 담긴 문화와 역사, 생명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 한다.
◇ 감상
뼈에 새겨진 기록은
한 사람의 역사가 되고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찾는다
앙상한 가지 위로
공손한 악수를 청할 때
침묵이 아니었던 아우성이
죽음이 가린 진실을 떠밀고
그제서야 거울은 한 사람을 담아
나를 똑바로 비춘다
*
그러니까 달도 없는 밤이었다
내 등을 두드린 넌 말이 없었다
이미 텅 비어버린 눈을
오래, 아주 오래 바라보자니
희미한 손가락 끝이
동그랗게 맺힌 빛으로
어둠을 가로지른다
뼈가 움직일 때마다
어디선가 구슬픈 울음이 들렸다
신중하게 들어올린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기다린 자리로 되돌아가면
쓸쓸했구나
내가 왔어
너의 이름을 불러줄게
숫자가 떠난 자리에
마지막 장면이 적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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