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꽃의 사서함
  • 끝내주는 괴물들
  • 알베르토 망겔
  • 15,300원 (10%850)
  • 2021-06-23
  • : 930
◇ 원본
https://m.blog.naver.com/03x24/222416921605



◇ 시작하는 문장
공주를 좋아하는 아멜리아와
용을 더 좋아하는 올리비아에게



◇ 밑줄
“저기요, 저는 유니콘이야말로 이야기 속에나 나오는 괴물인 줄 알았단 말이에요. 살아 있는 유니콘을 보는 건 처음이에요!”

“흠, 그런데 우리가 이제 서로를 보게 됐구나. 네가 나를 믿는다면, 나도 널 믿을게. 그럼 공평하지?”



루이스 캐럴,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저자 서문」

/

독서가들은 대체로 책을 통해 세상을 발견한다.

(···)

독서가들이라면 다 알다시피, 우리가 현실이라 부르는 세상을 낳은 것은 다름 아닌 허구의 꿈이다.

「저자 서문」

/

어른들의 세상에서는 대체로 눈에 보이는 것들만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듯했는데, 반갑게도 후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들과 우리가 유대를 맺을 수 있다고, 심지어는 깊은 유대 관계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우리가 아는 한, 인어나 유니콘의 실체는 증명된 바 없다(비록 중세 중국의 우화집에 따르면 유니콘*들은 성품이 대단히 내성적이어서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러나 후설은 인간의 정신을 그 가상의 존재들에게로 향하게끔 유도함으로써 그들과 우리 사이에 “보통의 양자관계”라는, 그다지 시적이지 못한 이름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바로 그런 괴물들 수백 마리와 바로 그런 관계를 맺었다.

「저자 서문」

/

이런 이야기 속 괴물들의 주요한 매력 한 가지를 꼽으라면 그들의 다중적이고 다변적인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마다 고유의 내력을 가진 허구의 인물들은 자기들이 등장하는 책이 아무리 길든 짧든 간에 그 안에만 갇혀 있지 않는다.

「저자 서문」

/

독자들은 점점 나이가 들고 두 번 다시는 어려질 수 없지만, 허구의 인물들은 우리가 처음 그들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 그대로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읽을 때마다 달라진다.

「저자 서문」

/

빨간 모자의 신조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마찬가지로 시민 불복종이다. 독재자 같은 어머니의 명령은 따르지 않을 수 없으니 따르기는 하되, 그 과정에서 자기만의 달콤한 시간을 추구하는 것이다.

(···)

어머니의 법에도, 소크라테스 이전 시대의 법에도 반항하는 이 소녀는 어디까지나 자기 의지에 따라 자기가 멈출 장소들을 결정한다. 빨간 모자는 개인의 자유를 상징하는 표상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혁명의 아이콘인 마리안이 빨간 두건을 쓰고 있는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에서인지도 모른다.

(···)

그러나 빨간 모자는 두 방법을 한꺼번에 따른다. 유혹당하면서도 유혹하고, 세속적이면서 무구한 그녀는 부정직한 늑대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늘도 자유롭게 숲을 쏘다니고 있다.

「빨간 모자」

/

청소년들의 꿈속에 드라큘라 백작의 음울한 그림자가 맴도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

드라큘라 백작은 이 모든 수법을 물치리고 반드시 돌아온다. 소설가와 영화 제작자들이 아무리 드라큘라라는 이름 대신 온갖 가명을 지어내도, 앤 라이스와 스테프니 메이어*가 아무리 새로운 모험을 상상해내도, 막스 슈레크, 벨라 루고시, 톰 크루즈가 그의 의도를 아무리 다양하게 재구성해도 그의 존재는 그대로다. 우리는 드라큘라 백작이 이 암울한 시대에 필수 불가결한 괴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큘라」

/

우리 문학사를 결정지은 기적적인 순간들 중에서 앨리스의 탄생만큼 기적적인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

삼단논법과 언어유희와 지혜로운 농담들이, 그토록 환상적이고 논리정연한 전개가 그렇게 즉흥적으로, 구어로 만들어진 것이라니, 진정으로 기적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앨리스」

/

릴리트를 가장 즐겁게 하는 것은 자신이 필수 불가결한 존재라는 자각이다. 천지를 창조하려면 그녀를 빼려야 뺄 수 없다. (···) “나는 누구지?” 릴리트는 바로 이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릴리트의 답변은 조심스러운 변명도, 도도하되 자기 파괴적인 수수께끼도 아닐 것이다. 그녀는 고유명사 뒤에 숨지 않고, “나는 나 자신이다”라는 둥 젠체하지도 않으며 자기가 누구인지를 우리에게 밝힐 것이다.

「릴리트」

/

공주의 잠. 그것은 천국에서의 잠일까, 지옥에서의 잠일까?

「잠자는 숲속의 공주」



◇ 감상
내가 좋아하는 두 개의 단어

앨리스와 드라큘라



망겔의 위트 넘치는 그림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그런데 왜 괴물이지



우리의 물음표는

책을 펼치는 순간 사라진다



*



서문을 몇 번이나 읽었다

무척이나 근사했기에



목차를 훑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던 책



지적허영심을 채운다는 게 이런 걸까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경계를 부드럽게 넘나들며

자신까지 녹인 망겔의 놀라운 통찰력



그저 따라가기만 해도

우리가 아는 친근한 모습을 시작으로

다채로운 변신을 볼 수 있어 흡족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독서가다운,

이 면모에 반하지 않을 자가 있을까



 있다면 손!

탕 🔫

또 있어?

탕탕탕!



망겔이 사랑한 문학 친구들을

전부 알지는 않았기에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3만 5천여 권의 장서를 어떻게 이겨​



그가 보낸 초대장은

앞으로 내 서재를

몇 번이고 두드리겠지



나는 내가 사랑하게 될

그들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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