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단神壇




무당이 굿을 행할 때 그 무가巫歌 중에 초단初壇, 이단二壇, 삼단三壇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 또한 불교의례에서의 상, 중, 하 삼단三壇을 모시는 단壇으로 대개 상단의 좌측에 신중정화神衆幀畵를 걸어둔 것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하단은 지장보살地藏菩薩을 중심으로 영가靈駕의 규정을 모방한 것입니다.
불교의례에서 상단은 불보살위佛菩薩位이며, 중단은 신중위神衆位이고, 하단은 인귀위人鬼位입니다.

한국의 사찰寺刹에서는 불단佛壇을 신앙대상의 위계질서位階秩序에 따라 삼단三壇으로 구분합니다.
상단은 부처와 보살을 아우르는 불보살佛菩薩을 모시는 단壇으로 법당法堂 중앙에 두고, 중단은 화엄경을 보호하는 화엄신장華嚴神將 혹은 불법佛法을 지키는 신장神將을 둡니다.
정화幀畵를 탱화라고도 합니다.
지장地藏은 브라마나 시대부터 일장日藏, 월장月藏, 천장天藏 등과 함께 별의 신으로 신앙되었으며, 이것이 중국에 들어가 염마시왕閻魔十王 신앙信仰과 결합하고 말법末法 사상이 활기를 띠면서 지장을 통한 구제를 희구하는 신앙으로 발전했고, 관음신앙觀音信仰과 더불어 중요한 민간신앙이 되었습니다.
영단靈壇은 사람의 모든 정신적 활동의 근원인 영가靈駕의 위패位牌를 모시는 곳으로 상단의 우측에 있습니다.
이러한 불단의 3단 분단은 불교가 마찰 없이 토착신앙을 포용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신중神衆은 불법佛法을 수호守護하고, 사찰寺刹을 호위護衛하는 불교의 신으로 범천梵天, 제석천帝釋天, 사천왕四天王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무가巫歌에서 초단은 ‘신길神路’ 혹은 ‘지로귀指路鬼(지노귀)’라 하는데, 이는 불교의례에서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이 있어 극락세계로 왕생하는 길을 가리켜주는 것과 같고, 무속巫俗으로 말하면 ‘시왕十王에게 가는 길을 가리켜준다’라는 것이 이것입니다.
'진넉위’는 망령위亡靈位를 말하는데, 세속世俗에서는 죽음을 ‘진’, 예를 들면, 초상집에서 무녀巫女를 불러 하는 굿을 진부정가심이라 하고, 번역하면 죽음에서 비롯된 부정을 씻어낸다는 뜻이라 하고, ‘넉’이란 우리말로 영혼靈魂입니다.
이능화李能和는 『조선무속고朝鮮巫俗考』에서 ‘진넉’을 사자死者의 영혼으로 해석했습니다.

지로귀指路鬼는 ‘길을 가르쳐주는 귀신’이란 뜻입니다.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은 사자死者를 서방정토西方淨土로 안내하는 보살菩薩을 말하며, 불경佛經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처음에는 지장地藏이든 관세음觀世音이든 정토淨土로 안내하는 보살菩薩을 가리키는 일반명사였으나, 당唐나라 중기 이후에는 이 일을 전당하는 특정 보살이 상정되고 그 보살에 대한 고유명사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인로왕보살 신앙이 강해 이를 그린 번幡을 대재大齋 때나 장례葬禮 등에 앞장세웁니다.

무가巫歌에서 2단二壇은 ‘새넘’이라 하며, 산음散陰이 와전된 것입니다.
이능화李能和는 새남의 어원을 불교에서 유래한 산음, 즉 중음신中陰身을 흩어 극락왕생極樂往生하게 하는 것으로 보았으나, 산음은 불교에서 사용하는 표현이 아닙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사람이 죽으면 처음에는 중음신中陰身이 되어 허공을 헤매고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칠칠재七七齋 및 百齎를 베풀어 어둠속에 있는 중음신이 흩어져 바로 좋은 길로 왕생往生하도록 한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무속巫俗에서 불교의례를 본떠 ‘진넉위새념’을 거행하는데, 그 취지趣旨는 망령亡靈을 좋은 곳으로 보내는 굿입니다.

중음신中陰身은 사람이 죽은 뒤에 다음 삶을 받아 다시 날 때까지의 몸을 말합니다.
극악極惡한 사람의 경우 죽으면 바로 다음 생을 받지만, 보통사람은 중음신의 기간을 거쳐 다음 생이 결정됩니다.
그렇지만 중음신의 기간은 생전의 행위에 따라 7일 단위로 차이가 있어, 첫 번째 7일에 벗어나기도 하지만은 보통은 7주인 49일입니다.
칠칠재七七齋는 사람이 죽어 중음신中陰身으로 있는 동안 망자의 추선追善을 위해 첫 7일에서 일곱 번째 7일까지 거행하는 불교의례佛敎儀禮로 49재라고도 합니다.
백재百齎는 사람이 죽은 지 1백일 되는 날 거행하는 불공을 말합니다.

무가巫歌에서 3단三壇은 법식法食 받기라 하는데, 역시 불교의례에서 나온 것으로, 법식이란 법공양을 말합니다.
승가僧家에서 공양供養은 두 가지 뜻이 있는데, 물품을 바치는 것을 재공양財供養이라 하고,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기도하는 것을 법공양法供養이라 합니다.
3단三壇에 대한 언급은 주로 망자 천도를 위한 무가에 등장합니다.
무당巫堂이 말하는 망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의례 ‘선왕재’란 불교의 이른바 ‘현왕재現往齋’입니다.
불서佛書에 『현왕경現王經』이 있는데, 대개 죽은 영혼의 천도天道를 위한 가르침입니다.

현왕재現往齋는 죽은 지 사흘 뒤에 사자를 심판하는 현왕現王, 즉 보현왕여래普賢王如來에게 올리는 불교의식이며, 현재 거의 행해지지 않으나 신도가 죽었다고 하면 사찰에서 탑타라니塔陀羅尼를 걸어놓고 현왕불공賢王佛供을 드린 뒤 탑타라니를 상가에 보냈습니다.
『현왕경現王經』은 정토왕생의 법식과 다라니를 전하는 『현행경』, 『현행서방경』을 가리킨다는 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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